2018 러시아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빅4(독일 브라질 스페인 프랑스)들이 조별리그 초반 영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독일은 패배하며 이변의 제물이 됐고, 브라질과 스페인은 나란히 무승부를 기록해 승점 1을 얻는 데 그쳤다. 그나마 프랑스가 힘겨운 경기 끝에 승점 3을 챙겼다.
대한민국이 속한 F조의 절대강자로 평가 받는 독일은 월드컵 2연패에 도전한다는 목표가 무색한 분위기다. 독일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멕시코의 속도를 막지 못하며 0대 1로 패했다. 경기를 중계한 박지성 해설위원은 “독일이 우승하러 이 대회에 나왔는지 의심이 갈 정도”라고 혹평했다.
이날 패배로 독일은 1982년 알제리에 1대 2로 패한 뒤 무려 36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지는 수모를 당했다. 또 독일이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친 것은 78년 아르헨티나 대회 폴란드전(0대 0) 이후 40년 만이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은 이날 E조 1차전에서 스위스를 상대로 맹공을 퍼붓다 1대 1로 경기를 마쳤다. 전반전에는 브라질이 경기를 주도해 당연히 승리하는 분위기였지만 1대 0으로 앞선 채 시작한 후반 스위스의 반격이 시작됐다. 스위스가 코너킥으로 동점골을 넣은 이후 브라질이 다시 공세에 나섰지만 상황을 뒤집지는 못했다. 브라질의 네이마르(26·파리 생제르맹)가 날린 4번의 슈팅은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지난 16일 포르투갈과 B조 첫 경기에서 3대 3 무승부를 기록했다. 불세출의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가 포르투갈을 이끌기는 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은 스페인이 포르투갈에 앞서 있었다. 그러나 월드스타들이 즐비한 스페인 수비진은 호날두를 막지 못했고 해트트릭을 허용했다.
우승후보 중에서는 프랑스가 체면치레를 했다. 같은 날 호주와 경기에서 힘겨운 경기를 이어가던 프랑스는 페널티킥으로 한 골씩 나눠가진 후 추가골이 나오면서 이겼다. 그러나 C조 최약체로 평가 받는 호주를 상대로 보여준 경기력은 프랑스가 우승후보인지 의구심이 들게 할 정도였다.
당초 프랑스 폴 포그바(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넣은 것으로 기록됐던 결승골은 호주의 자책골로 판명됐다. 이마저도 경기 당시에는 골라인 테크놀로지로 확인한 결과 공이 골라인을 넘어간 것으로 확인돼 겨우 골로 인정됐다. 프랑스의 첫 골은 비디오 판독(VAR)으로 판정을 번복해 나온 페널티킥이었다. 프랑스는 실력보다 ‘과학의 힘’으로 호주를 이겼다는 조롱을 받았다.
다만 월드컵 우승후보로 불리는 국가들은 조별리그보다는 토너먼트 일정에 맞춰 팀을 운영하는 경향이 있다. 조별리그 통과는 당연한 것이고 16강전부터가 ‘본 게임’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역대 월드컵에서 이들의 조직력과 컨디션은 경기를 치를수록 눈에 띄게 향상됐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