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포메이션을 바꿔야 할까, 또 김신욱을 써야 할까.
졸전 끝에 첫 경기를 패배한 신태용호가 전술을 둘러싸고 딜레마에 빠졌다. 보안 유지 끝에 야심차게 빼어든 4-3-3의 ‘스리톱’ 카드가 유효슈팅 0개라는 처참한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전술 변화로 분위기 반전을 꾀해야 할 상황이지만 두텁지 못한 선수층과 떨어진 호흡이 문제다. 멕시코전 대비 카드로 기대감을 높이던 김신욱은 경기력 논란으로 기용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19일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려면 일관성 있는 포메이션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데, 한국 대표팀은 포메이션이 계속 변화해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스웨덴전에서 신태용호가 들고 나온 4-3-3은 월드컵 대표팀 구성 이후 한 차례도 실전에서 사용되지 않은 것이었다. 황희찬 김신욱 손흥민 3명의 공격수가 동시에 그라운드에 나선 것도 처음이었다.
모든 관심이 스리백과 포백 여부에 집중될 때 의외의 카드를 보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한국의 결과가 좋진 못했다. ‘황금손’ 3명이 기록한 슈팅은 단 1개였고 그나마 골문 밖을 향했다. 스웨덴의 협력 수비에 시달린 손흥민은 공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신장이 좋은 김신욱을 두고서도 측면에서는 땅볼 크로스가 많이 올라왔다. 결국 전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비판이 불가피한 경기였다.
공격수 숫자를 늘린다고 골이 터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상황에서 그간 집중 연습됐던 4-3-3은 폐기될 확률이 높다. ‘트릭’과 스리톱의 중심이었던 김신욱은 멕시코전 출전 자체가 꼬였다. 키가 작은 멕시코 수비진을 공략할 맞춤형 전력으로 기대를 모으던 김신욱은 스웨덴전에서 느린 공격 전환, 저조한 패스 성공률로 경기력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신태용 감독으로서도 김신욱을 또다시 선발 기용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신욱이 멕시코전에 뛴다 하더라도 스리톱이 아닌 투톱 형태일 것이고, 따라서 4-3-3은 4-4-2로 바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김신욱이 스리톱의 중심에 서면 홀로 고립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관건은 선수들이 바뀐 전술과 성향을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느냐에 있다. 목표로 하는 16강 진출을 위해 한국은 멕시코전을 오히려 공격적으로 임해야 한다. 신 교수는 “성문을 걸어 잠그고 버티는 것이라면 체력 소모가 적겠지만, 지금은 나아가 이겨야 할 상황으로 변했다”며 “우리가 가장 잘 하던 포메이션과 라인업으로 돌아가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전에서 300개 미만의 패스, 40%의 점유율로 웅크렸던 멕시코는 한국을 만나서는 변화무쌍한 공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가 신을 낼수록 허술해질 뒷공간을 한국은 노려야 한다. 신 교수는 “우리도 기회를 얻을 수 있겠지만 골을 먹으면 무너질 수 있는 흐름으로 갈 것”이라며 “선수들이 최대한 빨리 피로를 푸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