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저를 ‘뭣이 중헌디’로 기억해주시죠(웃음).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어요. 다른 인물을 연기할 때 그게 떠오르면 안 되니까요. 그때만큼 좋은 연기를 못 보여드리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고….”
영화 ‘곡성’(2016)에서 가장 강렬했던 건 소녀의 광기 어린 연기였다. 무엇엔가 홀린 듯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외치던 그 얼굴. 나홍진 감독마저 “어마어마했다”고 극찬했을 정도. 2년 새 훌쩍 자란 배우 김환희(16·사진)를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첫 스크린 주연을 맡게 됐다. 20일 개봉한 ‘여중생A’다. 극 중 학교에선 왕따, 집에선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고단한 사춘기를 보내는 여중생 미래를 연기했다. 김환희는 “‘곡성’ 이후 처음 찍는 영화인 데다 주인공이다 보니 고민과 긴장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미래의 복합적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미래와 같은 일을 겪어보진 못했지만 공감은 되더라고요. 학교폭력 문제는 제 주변에도 흔하니까요. 미래가 친구들에게 배척당하는 장면에선 학기 초 서먹해하는 분위기가 떠올랐죠.”
그룹 엑소 멤버인 김준면(27·활동명 수호)과의 호흡은 잊지 못할 기억이다. 김환희는 “워낙 가수들을 좋아해서 처음 뵀을 땐 마냥 신기했는데 배우로서 열정 넘치는 모습을 보니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엑소 팬인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다”고 웃었다.
최근의 고민을 묻자 “시험이 2주 남았다”며 까르르 웃던 그이건만, 배우로서의 앞날을 이야기할 땐 자못 진지해졌다. “10년 동안 배우 생활을 해오면서 연기보다 재미있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는 김환희는 “이게 내 길이란 확신이 든다.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