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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국의 하나님이여…” 마치 찬송가 듣는 듯

유튜브 영상에 번역돼 올라온 아이슬란드 국가 가사. ‘우리 조국의 하나님 우리 조국의 하나님’이라는 가사 내용이 보인다. 유튜브 영상 캡처


“우리 조국의 하나님이여 우리 조국의 하나님이여…주께는 하루가 1000년 같고 1000년은 단지 하루에 지나지 않나이다. 작은 꽃망울에 맺힌 영원할 것 같던 눈물도 주 앞에서 떨며 노래할 때 사라져 버리나이다.…”

권지현(서울 다음세대교회) 목사는 지난 16일 ‘2018 러시아월드컵’ D조 예선전 아이슬란드와 아르헨티나의 경기를 시청하던 중 깜짝 놀랐다. 화면에 자막으로 나온 아이슬란드 국가(國歌) 가사가 꼭 찬송가 같았기 때문이다. 곡조도 찬송가와 비슷했고 ‘주께는 하루가 1000년 같고 1000년이 하루 같다’(벧후 3:8)는 성경 말씀도 가사에 등장했다. 아이슬란드의 국가 제목은 ‘찬양의 노래’다. 권 목사는 “(아이슬란드 국가가) 위대하신 하나님을 떠올리게 했다”며 3절로 된 아이슬란드 국가 가사 전체를 17일 주보에 게재했다.

유럽의 북해 한가운데 있는 아이슬란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독교 국가다. 루터교와 성공회 등 기독교 신자가 전체 국민의 80%에 달한다. 기독교와 관련된 유적도 눈길을 끈다. 아이슬란드 제2의 도시 아쿠레이리 인근에 있는 고다포스(godafoss) 폭포가 대표적이다. ‘신들의 폭포’라는 뜻을 지닌 고다포스는 11세기 아이슬란드가 국교를 기독교로 정하면서 북유럽 신화로 우상화된 조각상들을 한곳에 모아 버린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북유럽 등 유럽 주요 나라의 국가 가사엔 기독교적 가치를 지닌 내용을 더러 접할 수 있다. 18일 한국과 F조 첫 경기를 치른 스웨덴 국가 4절에는 ‘하나님과 함께 나는 싸우리. 가족을 위해, 사랑하는 조국 스웨덴을 위해 세상에서 내가 못할 게 없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스위스 국가의 1절 가사도 ‘아침 하늘이 햇살로 우리를 감쌀 때 주께서는 그 빛 속에 나타나시네.… 주께서 이 땅에 살고 계심을 느끼고 안다네’ 등의 가사도 있다. 찬송가 가사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찬송가 멜로디를 차용해 새롭게 가사를 입힌 나라도 있다. 독일의 국가 반주는 찬송가 210장 ‘시온성과 같은 교회’와 같다. 영국은 찬송가 70장 ‘피난처 있으니’에서 가사만 바꿔 국가로 사용하고 있다. 이 밖에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은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콜롬비아, 뉴질랜드 등의 국가가 반주와 가사 등에서 찬송가와 성경 내용을 빌려 쓰고 있다.

김진상 백석예술대(성악과) 교수는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기독교를 국교로 삼아 건국된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국가는 나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만큼 가사에 기독교적 요소가 포함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황윤태 김나래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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