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에 들어가는 다진 고기 ‘패티(patty)’가 몽골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몽골군의 기동력이 신출귀몰할 수 있었던 것은 보급부대 없이 장병 스스로 자기 먹을 걸 안장 밑에 갖고 다니며 식사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그 안장 밑 음식이 바로 육포가루였다.
그런데 고기를 말려 빻아 가루를 만들 시간도 없는 부대는 고기를 잘게 썰어 덩어리로 만든 후 안장 밑에 넣고 다녔다. 말이 뛸 때마다 그 충격으로 고기가 다져져 날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말의 체온으로 숙성까지 가능했다.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는 망아지 한 마리의 살코기가 있으면 몽골전사 100명이 하루 세끼 식량으로 삼을 수 있다고 기록했다. 이런 식습관 때문에 몽골군들은 말에서 내리지 않고도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들이 기동력이 유난히 빨랐던 이유였다.
1237년 몽골이 러시아 침공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도 몽골인들은 안장 밑에 고기를 넣고 다니며 말 위에서 식사를 했다. 그 뒤 약 240년간 몽골의 지배를 받은 러시아 사람들은 지금의 햄버그스테이크와 비슷한 이 고기 요리를 ‘스테이크 타르타레(steak tartare)’라고 불렀다. 이는 ‘몽골 스테이크’라는 뜻이다.
그 뒤 이 음식은 14∼15세기에 독일북부의 한자상인 거점항구 함부르크까지 퍼져나갔다. 당시 함부르크 사람들은 ‘스테이크 타르타레’를 본떠 잘게 저민 질 나쁜 쇠고기에 소금과 후춧가루, 양파즙 등의 양념을 섞어 맛을 낸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었다. 이후 19세기 중반 미국의 골드러시 때 함부르크에서 뉴욕을 거쳐 캘리포니아로 건너간 이 음식을 미국인들은 함부르크에서 왔다 하여 ‘햄버그스테이크(Hamburg steak)’라고 부르다가 햄버거(hamburger)로 이어지게 된다. 도시 이름 뒤에 -er을 붙인 햄버거는 ‘함부르크에서 온 사람이나 물건’을 뜻한다.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