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사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신속한 후속협상을 촉구하면서도 비핵화 검증 협상 실무를 맡고 있는 NSC 간부를 해고해 몽니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2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은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할 것인지 ‘결정적이고 극적인 선택’을 맞았다”며 “미국은 길게 늘어지는 회담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북한 관리들과 곧 만나는 등 외교적 관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북한이 전략적 결정을 내렸는지 여부는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핵화의 진짜 증거를 확보할 때까지는 모든 제재가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비핵화 검증 실무 협상을 이끌었던 앤드리아 홀 NSC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담당 선임국장이 군 출신 인사로 교체돼 곧 NSC를 떠난다”며 “북·미 협상의 차질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2016년 NSC에 합류한 홀 선임국장은 지난주까지 국무부와 태평양사령부, NSC 등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이끌었다.
홀 국장의 경질 배경에는 북한의 핵무기 포기 가능성을 낮게 보는 볼턴의 강경한 대북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제임스 카라파노 헤리티지 재단 부회장은 “볼턴은 진지한 핵 협상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NSC의 고위직을 자기 사람으로 교체할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WP에 말했다.
일부에서는 대북 협상을 주도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의 알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1일 싱가포르에서 “NSC에는 대량살상무기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전문가가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내에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은 오해”라며 홀 국장을 치켜세웠었다.
한편 국방부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28일 한국을 방문,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21일 발표했다. 두 장관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 한·미 연합훈련 일시중단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