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전쟁 당시 미군 전사자 유해의 송환 작업을 시작했다. 미국 정부 관료는 북한이 미군 전사자 유해 최소 250구 이상을 1∼2일 이내에 송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의 군 소식통도 이날 “유해 송환을 위해 미군 관계자들이 현재 북한에 들어가 있다”면서 “준비 작업이 필요해 이번 주말 또는 다음 주 초에 송환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쟁 포로와 실종자들의 유해 송환은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포함됐던 내용이다. 유해 송환이 이뤄지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사항의 첫 이행이 된다. 북한이 미국에 약속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엔진시험장의 폐기 약속과 더불어 북·미 정상 간 합의가 이행될 경우 북·미 양자 간 후속 비핵화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은 20일 미네소타주 덜루스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우리는 위대한 전사자 영웅들의 유해를 오늘 돌려받았다”며 “이미 200구의 유해가 송환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잠깐 혼선이 일었지만 송환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린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한국에 있는 유엔군사령부에 상당수의 유해를 인도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고, 주한미군 관계자 역시 “유엔군사령부가 북한이 이전에 발굴했던 미군 유해의 송환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확인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군 수송기를 북한에 직접 보내 유해를 넘겨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군 전사자 유해는 곧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로 보내질 것으로 보인다. 유해가 도착하면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등 주한미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활주로에서 추념 행사가 열린다. 미군은 유해를 하와이 히컴 공군기지로 송환해 신원 확인을 하고 다른 국적의 전사자 유해는 해당 국가로 보낼 예정이다. 250여구의 유해는 대부분 미군 병사로 추정되지만 한국전쟁 당시 참전했던 다른 나라 군인의 유해가 섞여 있을 수 있다.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미군 3만6500명 이상이 사망, 7700여명이 실종됐고 5300구의 미군 유해가 북한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1996년 이후 30여 차례 합동조사를 벌여 229구를 발굴했으나 2000년 중반 이후 북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추가 작업에 차질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제기해 회담 공동성명에 포함시켰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송환 절차에 즉시 착수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덜루스 연설에서 “김 위원장이 자기 나라를 위대하고, 성공적인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윤해 이택현 기자 justic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