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와 아이슬란드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국가다. 이들은 월드컵 데뷔전에서 강한 상대를 만났지만 움츠러들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장렬한 경기를 치렀고,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5위 파나마는 지난 19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역사적인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가졌다. 상대는 G조에서 전력이 가장 강한 FIFA 랭킹 3위의 벨기에였다. 경기 시작 전 국가를 부를 때 파나마 선수들의 표정은 더없이 비장했다. 전쟁에 나가는 군인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주장이면서 핵심 수비수인 로만 토레스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당초 파나마가 벨기에에 속절없이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파나마는 전반을 0-0으로 끝내며 편견을 깼다. 벨기에가 자랑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은 몸을 날린 파나마 수비진에 번번이 기회를 날렸다. 파나마는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돌파도 선보였다.
결과적으로 파나마는 0대 3으로 패했다. 그러나 에르난 고메스 파나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우리 팀에 아주 감동적인 날”이라며 “나는 매우 행복하고 신이 난다. 선수들도 아주 행복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젊은 팀이다.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파나마는 오는 24일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상대로 다시 한 번 ‘통쾌한 반란’을 시도한다.
FIFA 랭킹 22위 아이슬란드는 아르헨티나와 지난 16일 진행한 조별리그 D조 첫 경기에서 1대 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슈퍼스타가 즐비한 FIFA 랭킹 5위의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힌다. 승점 1씩을 나눠가졌지만 아르헨티나가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아이슬란드는 얼음성벽 같은 탄탄한 수비로 아르헨티나가 의미 없는 패스를 남발하도록 유도했다. 아르헨티나의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 리오넬 메시도 이들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러면서도 아이슬란드는 공을 잡으면 빠르게 양쪽 측면을 노려 역습에 나섰다. 아이슬란드는 23일 이미 1패를 기록해 궁지에 몰린 나이지리아에 맞서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를 진행한다.
한국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헝가리와 첫 월드컵 경기를 가졌다. 우리 선수들은 0대 9로 대패했지만 투혼을 불살랐다. 현재의 한국은 어느덧 월드컵 본선에 10번 진출한 나라가 됐다. 64년 전의 비장한 마음가짐을 가지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파나마·아이슬란드를 통해 초심을 찾으려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