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궁예도성을 비롯한 비무장지대(DMZ) 역사유적에 대한 남북 공동발굴을 추진한다. 남북 정상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DMZ의 실질적인 평화지대 조성을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역사유적 공동발굴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부는 지난 14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북측에 이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21일 “상호 신뢰 구축 차원에서 역사유적 공동발굴 조사 방안을 북측에 제안했다”며 “이는 DMZ의 평화지대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 중 하나”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북측은 DMZ 비무장화와 관련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시범적으로 비무장화하는 방안을, 남측은 역사유적 및 유해 공동발굴 방안 등을 서로 교환했다”고 말했다.
북측은 남측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유적 공동발굴은 군사분계선(MDL) 기준 남북으로 각각 2㎞까지 구역인 DMZ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단계적 조치 중 하나다. 907.3㎢ 면적의 DMZ 전 지역을 한 번에 비무장화하기는 어려운 만큼 역사유적 공동발굴 과정 등을 통해 조금씩 비무장 지역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북측과 구체적인 역사유적 발굴 지역을 확정할 예정이다. 공동발굴 대상으로는 궁예도성 유적지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궁예도성은 강원도 철원군 흥원리 풍천원 일대 MDL을 양분하는 곳에 있다.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가 905년 개성에서 철원으로 도읍을 옮긴 뒤 이 지역에 도성을 건립했다.
전문가들은 DMZ에서 국보급 문화재가 무더기로 발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에선 구석기 유적 발굴 가능성도 있다. 또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철원 지역에서 전사한 조선군 유해를 묻어놓은 전골총(戰骨塚) 발굴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역사유적 공동발굴은 유해발굴과 함께 DMZ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프로그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조만간 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후속 군사회담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2016년 중단된 개성 만월대 발굴 조사를 재개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군은 남북 고고·역사학자들의 공동발굴에 앞서 특정 유적지로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 확보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북측이 DMZ 내 지뢰 제거를 위해 장비나 자재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 제1조 1항은 DMZ의 ‘비무장’을 명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남북은 DMZ에 각각 60여개, 160여개 경계소초(GP)를 운용하며 중화기와 병력을 배치한 상태다. 특히 100만 발이 넘는 대인 및 대전차 지뢰가 매설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