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이 남긴 편지를 정리하면서 인생과 세상을 대하는 옛사람들의 ‘태도’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느낀 이런 감정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최근 조선 지식인들의 편지를 엮은 이색적인 신간 ‘옛사람의 편지’(가치창조)를 출간한 손문호(62·사진)씨는 2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서원대 총장을 역임한 손씨는 현재 고향인 경북 경주에서 서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금이야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지만 조선시대엔 편지가 유일한 소통의 도구였다”며 “편지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면 독자들 역시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옛사람의 편지’는 이황 기대승 박지원 이순신 정약용 등 조선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사람들의 편지 32통을 다룬 작품이다. 이들 편지에는 당대 지식인들이 느낀 고뇌와 그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각 챕터에는 손씨가 한글로 번역한 글과 한문으로 쓰인 원문이 차례로 등장한다. 핵심은 그 뒤에 따라붙는 해설이다. 편지를 주고받은 사람들이 각각 어떤 삶을 살았으며 역사에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남겼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옛사람의 편지’는 출판사 가치창조가 펴내고 있는 ‘사람을 향한 인문학’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손씨는 모계영 가치창조 대표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다고 한다. 한문학이나 국문학을 전공한 학자에게 걸맞은 작업이라고 생각해서다. 손씨는 “나는 정치학을 공부한 사람인 데다 대중적인 인문서를 펴낸 적도 없어서 처음엔 자신이 없었다”며 “하지만 편한 마음으로 집필을 시작하니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씨가 현재 운영하는 서당의 이름은 ‘사호(沙湖)서당’이다. ‘사호’는 서당이 있는 양동마을의 옛 지명. 책날개에 적힌 손씨의 프로필에는 “후학들에게 한학을 가르치며 독서와 집필을 통해 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손씨는 이 문구를 언급하면서 겸연쩍어했다. 그는 “그냥 이 지역 중·고등학교 교사와 서당에 모여 소박한 독서모임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현재는 (조선 중기 유학자인) 이언적의 평전을 집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