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매장된 미군 전사자 유해는 앞으로 얼마나 추가로 발굴돼 본국으로 송환될 수 있을까. 일단 북한에 매장된 미군 유해 수천 구를 모두 발굴하려면 대규모 조사단이 파견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6·25전쟁 종전과 북·미 관계 개선이 필수라고 미 CNN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미 간 추가 협상이 없는 한 북한의 유해 송환은 단발성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번에 송환하는 미군 유해는 200∼250구다. 1990년 이후 송환된 미군 유해가 340구인 걸 감안하면 대규모다. 특히 이번 유해 송환은 2007년 4월 이후 11년 만에 이뤄진다. 그러나 아직도 북한 내에 산재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 5300여구에 비하면 극히 일부다. 추가 발굴을 위해서는 대규모 조사단이 북한 지역에 들어가야 한다. 현재로서는 발굴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도 “북한이 이번에 미국에 송환하는 유해는 발굴이 완료된 것들이며, 추가 발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발굴 작업이 쉽지 않은 것은 대부분의 유해가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에서 숨진 뒤 시신끼리 뒤엉킨 채 그대로 매장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 차원에서 미군 유해 200여구가 송환되지만 대규모 유해 발굴을 위한 조사단이 북한에 들어가려면 북·미 간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미군은 실종자 군인의 90%에 대해 유족들의 DNA 샘플을 확보했다.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기초 작업은 완료된 상태다. 관건은 유해의 보존 상태다. 베 교수는 “유해가 건조하고 깨끗한 상태에서 보관됐다면 유전자 감식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특히 치아 쪽 유해가 발견된다면 유해의 주인을 확인하는 일은 수일 내로 끝난다”고 말했다.
유해 송환을 손꼽아 기다리는 유족들은 발굴과 송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950년 12월 장진호 전투에서 숨진 칼 세이덜(당시 24세) 미 육군 중위의 부인 로잔느 세이덜(92)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면서 6·25전쟁 종전의 기대가 높아지자 68년 동안 돌아오지 못한 남편의 유해를 찾게 될까 들떠 있다. 로잔느의 딸 루스 허버트는 CNN에 “유족 가운데 고령자가 많다”며 “이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하루 빨리 유해가 모두 송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