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예수-김진수] 인디언 버섯 판매 도우니 마음이 열렸다

김진수 장로는 지난 7년간 캐나다 인디언과 함께 버섯 사업을 하면서 그들과 함께 살아왔다. 그 경험을 담아 ‘선한 영향력’(선율)이란 책을 펴냈다. 김 장로가 지난 23일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 서점에서 자신의 책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송지수 인턴기자
 
김진수 장로가 캐나다 기탄야우 사업장에서 현지 원주민들과 함께 장작을 팬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판사 선율 제공
 
김 장로가 현지에 마련한 고사리 건조시설. 출판사 선율 제공




김진수(62) 장로는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인이었다. 하지만 7년 전부터 캐나다 원주민 긱산족 인디언과 함께 송이버섯과 차가버섯, 고사리를 파는 회사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그가 걸어가는 비즈니스 선교(BAM·Business as Mission)의 길은 통상의 길과 다르다. 지난 23일 잠시 한국을 찾은 김 장로를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 서점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1956년 강원도 삼척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 92년 ‘이미지 솔루션스’라는 1인 기업으로 시작, 500명이 다니는 회사로 키웠다. 성공한 아시아 기업인 50인에 들 정도로 주목받았다. 2009년엔 미국 프린스턴 신학교의 이사로 선임됐다.

하지만 그의 삶은 2010년 7월 완전히 달라졌다. 그가 섬기던 미국 뉴저지 세빛교회에서 북미 원주민 단기선교를 떠나면서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차로 16시간 걸리는 기탄야우. 그곳에서 만난 토니 추장은 ‘자연산 송이버섯을 제값에 팔지 못한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돌아와서도 그 말이 떠나질 않았다. 평생 북미 원주민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선교를 염두에 두고 살았던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 시점은 그해 회사를 매각한 뒤 쉬고 있을 때였다. 그는 “회사 팔고나면 뭐 할까 고민하던 나를 그 타이밍에 그 코너로 몰아갔다”며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는데 하나님은 처음부터 내가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도록 계획하셨던 것 같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 내내 주저하던 그에게 한 청년이 다가와선 “하나님이 그 일을 하기 원하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도 가슴에 남았다. 평생 경험해 본 적 없는 신앙적 사건이었다.

고민 끝에 그는 기탄야우로 찾아가서 농업회사 ‘긱섬’을 세웠다. 긱산족 원주민들이 채취한 송이버섯과 고사리를 매입해 건조하는 등 상품화해서 판매한다. 그는 “원주민들은 캐나다 정부의 정책 때문에 무엇을 하겠다는 의지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며 “알코올중독자도 많은 데다 청소년 자살률이 캐나다 평균의 6배나 될 정도로 높다”고 했다.

송이버섯 판매 실패 등 여러 우여곡절 끝에 7년이 지난 지금 회사는 흑자로 돌아섰다. 이익금의 20%는 원주민을 위해, 10%는 원주민 교육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그들의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았다. 김 장로는 “그들의 마음을 열려면 평범한 것으로는 안 된다”며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감격과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가족과 떨어져 1년에 열 달을 그들과 함께 지내며 육체노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직접 고사리를 채취하러 다녔고 건조작업도 손수 팔을 걷어붙이고 했다. 김 장로는 “그동안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나도 할 수 있어’ 하며 일에 덤벼든다”면서 “체중이 10㎏ 정도 빠졌다”고 했다.

사업을 같이 하면서도 섣불리 복음을 전하지 않았다. 그 지역은 미전도종족이 아니라 ‘오전도종족’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의 전통을 끊어내기 위해 아이들을 분리시켜 교육하는 정책을 펴면서 기독교인들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았다. 그는 “지역마다 교회가 있고 선교사를 파송했지만 워낙 성과가 나질 않다 보니 파송한 교회들도 많이 지쳐있다”며 갈수록 어려운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현지 교회엔 60대 이상 노인들만 가득하다”며 “5년 정도 지나면 그나마 남은 교회들도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교에 대한 정의부터 달라지길 바란다고 했다. 섣불리 복음을 전하는 대신 삶으로 말하고자 한다. 비즈니스 자체가 선교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라는 도구를 사용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 자체가 선교라는 의미다. 그는 평생 기업을 운영하며 세 가지 핵심 가치를 지켜왔다. 정직(integrity) 나눔(sharing) 자립(independency)이다. 그는 “항상 하나님이 지금 이 순간 나를 보고 계시다는 생각으로 ‘하나님 앞에 내가 정직한가’ 질문하며 살아간다”고 했다.

그는 “선교지에 가서 사는 것 자체가 선교”라며 “큰 꿈을 꾸지 말고 그냥 가서 그들과 함께 살면 된다”고 했다. 몸소 인간의 몸으로 우리를 찾아왔던 예수처럼, 직접 그들의 삶의 현장으로 찾아가 함께 살아가면 된다는 고백이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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