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이 한국 축구의 명운이 걸린 독일과의 일전을 위해 러시아 카잔에 입성했다.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비장했다. 2연패를 기록 중인 한국은 물러설 곳이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16강 진출은 둘째치더라도 바닥에 떨어진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승리가 필요하다. 더욱이 아시아 국가들이 모두 승점을 기록한 상황에서 한국이 만일 3패를 당한다면 후폭풍이 엄청나 후유증은 오래갈 수밖에 없다.
26일(한국시간) 카잔에 도착한 한국 대표팀은 27일 열리는 독일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 대비해 현지 적응 훈련을 했다.
‘전차군단’ 독일은 극강의 팀이지만 이번 대회만 놓고 보면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스웨덴의 역습에 흔들렸고, 멕시코의 압박과 스피드에 고전했다. 손흥민과 황희찬, 이승우 등 스피드가 빠르고 돌파에 능한 한국 선수들이 한국 축구 특유의 투혼을 발휘한다면 기적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독일은 멕시코전(0대 1 패), 스웨덴전(2대 1 승)을 통해 역습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스웨덴은 4-4-2 전술로 독일을 상대했다. 투톱 올라 토이보넨과 마르쿠스 베리는 그렇게 빠르지 않은 공격수이지만 독일은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고, 결국 전반 32분 토이보넨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독일은 스웨덴전에서 볼을 내주면 빠른 속도로 상대를 다시 압박해서 볼을 따내 슈팅을 날리는 전술인 ‘게겐프레싱(재압박)’을 보여 주지 못했다. 역습 기회를 잡아도 미드필더들과 수비수들의 라인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지 못해 공격수들이 고립되는 장면도 종종 나왔다.
독일은 멕시코전에서도 상대의 압박과 스피드에 고전했다. 멕시코는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가해 볼을 빼앗은 다음 곧바로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이르빙 로사노, 카를로스 벨라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 줬다. 이들은 모두 키가 175㎝ 안팎으로 발이 빠르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 역시 독일전에서 스피드가 뛰어난 손흥민과 황희찬, 이승우 등을 활용해 역습을 노리는 전술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뛴 경험이 있는 손흥민에 거는 기대는 절대적이다. 서울 동북고 1학년이던 2008년 대한축구협회의 우수선수로 뽑혀 독일 함부르크로 축구 유학을 떠났던 손흥민은 2010년부터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5시즌 동안 뛰었다. 이 때문에 독일 축구를 훤하게 꿰뚫고 있다.
손흥민의 감각이 올라왔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스웨덴전에서 수비 부담으로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던 손흥민은 멕시코전에서 8개의 슈팅을 기록했고 후반 추가시간에 그림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독일의 수비가 정상이 아닌 것도 한국에 호재다. 수비수 마츠 훔멜스는 팀 훈련 도중 목을 다쳤고, 제롬 보아텡은 경고 누적 퇴장으로 한국전에 나설 수 없다.
카잔=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