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월드컵을 관전할 뻔한 선수가 ‘무적함대’ 스페인을 구하고 영웅이 됐다. 31세의 나이에 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은 이아고 아스파스(셀타비고)가 그 주인공이다.
아스파스는 26일(한국시간)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1-1 상황이었던 후반 29분 교체 투입됐다. 후반 36분 모로코의 추가 득점이 나오면서 스페인 진영에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앞선 경기에서 1승1무를 기록한 스페인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하기 위해 승점이 필요했다.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추가시간 1분, 중앙으로 파고들던 아스파스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받아 기적같은 동점골을 넣었다. 오른발 뒤꿈치로 공의 방향을 살짝 바꾼 절묘한 슈팅이었다. 득점 직후 선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하고, 비디오판독(VAR)으로 판정이 번복되면서 아스파스의 골은 극적 효과가 최고조에 달했다.
스페인은 아스파스의 골로 비기면서 B조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A매치 23경기 연속 무패 행진도 이어갔다.
사실 아스파스는 어지간한 강팀에 가더라도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선수다. 그는 2017-2018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 4위(22골)에 이름을 올렸다. 아스파스보다 스페인 리그에서 득점을 많이 올린 선수는 모두 외국인들이었다.
하지만 자국 리그 최고 골잡이인 아스파스도 대표팀으로 나설 기회는 잘 주어지지 않았다. 아스파스는 2016년 11월 15일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 교체 출전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이번 월드컵에 나서기 전까지 A매치를 단 10경기만 출전했다. 그만큼 스페인에는 기량이 뛰어난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했다.
러시아월드컵 대표팀 승선은 아스파스 스스로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는 대표팀에 발탁된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스페인 대표로 뽑히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며 “나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TV로 봤다. 이번에도 TV로 월드컵을 즐길 줄 알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고 기뻐했다.
아스파스는 지난 16일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32분 교체 출전하며 월드컵 무대에 데뷔했지만 인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지난 21일 이란전에서는 벤치를 지켰다. 그러나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에서 주어진 기회를 아스파스는 놓치지 않았고 조국을 16강으로 견인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