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대입 재수생인 부모라면 ‘스무 살은 처음이라’(푸른향기)란 책이 나왔다는 걸 비밀에 부치고 싶을 것이다. 대학에 떨어진 뒤 입시 학원 대신 동남아 여행을 택한 신슬기(20·사진)씨가 이 책을 썼기 때문이다. 신씨는 2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싶지 않았고, 미루지 않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낸 여행기 ‘우물 밖 여고생’으로 이미 꽤 유명한 저자다. 이 책은 그가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열여덟 살에 일본을 다녀오는 등 학교를 벗어나 여행했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신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보니 대학생도, 취업준비생도, 재수생도 아니더라”며 “잠시 방황하다 내가 원했던 게 대학이 아니란 걸 깨닫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난해 놀이공원 캐스트, 쇼핑몰 CEO, 여행 강연자 등 평소 하고 싶던 일을 하면서 바쁜 스무 살을 보내다 6월 미얀마로 떠났다. 신씨는 “여행지 기차역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고 현지인의 집에 초대받아 환대를 받기도 했다. 여행자들과 어울려 요리를 해 먹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고 했다.
책은 신씨가 104일간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것이지만 스무 살의 고민을 오롯이 담은 성장기로도 읽힌다. 그는 “고등학교 때 입시를 위해 모든 것을 유예하라고 하는 학교가 싫어 내 가슴을 떨리게 하는 여행을 많이 했다”며 “스무 살이 된 지난해도 대학대신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했다.
현 학교 체제에서 신씨처럼 청소년기를 보내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시간이 불안하진 않을까. 신씨는 “한국의 평범한 ‘흙수저’ 청년으로서 나도 미래에 대한 불안을 당연히 갖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불안이 없는 삶은 없지 않냐”며 “나의 경우 내 인생의 운전대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나 스스로 운전대를 잡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신씨의 책을 보고 이메일 상담을 요청하는 청소년들이 꽤 있다고 한다. 그는 “내가 뭔가 조언할 만큼 세상을 많이 살지도 않았고 잘 알지도 못한다”면서 “그냥 옆집 언니처럼, 누나처럼 ‘너의 인생은 네가 선택하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응원한다. 지금도 답장을 하지 못한 편지가 메일함에 많이 쌓여 있다”고 했다. 몇 통이 쌓여 있냐고 하자 “39통이 안 읽힌 상태”라고 했다.
현재 그는 여행 콘텐츠를 가공하는 여행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좋아하는 여행이 직업이 된 셈이다. 신씨는 “요즘 국내외 이곳저곳 출장을 많이 다니며 바쁘게 지내고 있다”며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안정적이진 않지만 생활할 수 있을 만큼 수입은 된다”고 했다. 즐겁냐는 질문에 그는 “완전 재미있다”며 소리 내 웃었다.
앞으로 바람을 물었다. 간단했다. “지금처럼 사는 것. 매 순간 행복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 바라는 것을 뒤로 미루지 않으면 지금 바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