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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손’으로만 바위를 칠텐가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손흥민이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한국 축구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손흥민에게 의존했다. 비록 독일전에는 이겼지만 F조 조별리그 1, 2차전에서는 무력하게 패했다. 한국 축구는 언제까지 손흥민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축구는 도박과 같다.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이 좋은 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인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에게 의존하다 D조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승점 4)로 간신히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포르투갈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활약에 따라 울고 웃었다. 포르투갈은 강호 스페인과의 경기에선 호날두가 3골을 몰아친 덕분에 3대 3으로 비겼다. 하지만 호날두가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부진했던 이란전에선 간신히 1대 1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도 손흥민의 활약에 따라 경기력이 들쭉날쭉했다. 0대 1로 패한 스웨덴과의 1차전은 ‘손흥민 의존증’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경기였다. 스리톱에서 왼쪽 날개 공격수로 출전한 손흥민은 수비적인 전술 때문에 수비에 적극 가담했다. 한국은 수비라인을 깊게 내렸기 때문에 손흥민은 장기인 역습에 제대로 나설 수 없었고, 결국 슈팅을 1개도 날리지 못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을 윙백으로 썼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공격에 나선 김신욱과 황희찬은 손흥민을 돕지 못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선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동료 선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또 토트넘의 주포 해리 케인이 상대 수비수들을 달고 다니기 때문에 손흥민은 득점 기회를 많이 잡는다. 2017-2018시즌엔 토트넘에서 총 18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표팀에선 에릭센이나 케인 역할을 해 줄 선수가 없다.

손흥민은 이재성과 투톱을 이룬 멕시코와의 2차전에선 공격에서 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의 역습을 이끌며 혼자 7개의 슈팅을 날렸다. 후반 추가시간엔 그림 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한국의 승리를 이끌진 못했다.

에이스로서 손흥민의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손흥민은 멕시코전이 끝난 뒤 골을 넣고도 “미안하다”며 “우리가 강팀이 아닌 이상 찬스가 왔을 때 해결했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자책했다. 지나친 책임감은 경기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손흥민 의존증은 독이 되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은 마지막 슈팅은 손흥민이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멕시코전 후반 30분 황희찬은 상대 수비수의 실수로 잡은 완벽한 슈팅 기회를 손흥민에게 양보했고, 결국 득점은 무산됐다. 황희찬은 자기보다 월등한 손흥민을 보고는 과감하게 슈팅을 날리지 못한 것이다.

손흥민이 한국 축구의 대들보 같은 존재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손흥민 의존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카잔=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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