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태생 ‘할배’들 사이에 해방 뒤 태어난 ‘풋풋한 막내’ 김용건이 합류했다. 스타 연출가 나영석(사진) PD의 ‘꽃보다 할배 리턴즈’(tvN) 이야기다. 꽃할배 시리즈로는 2015년 3탄 그리스 편 이후로 3년 만이다. 전작 ‘숲속의 작은 집’이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린 상황에서 나 PD가 검증된 흥행 콘텐츠인 꽃할배로 다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7일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그린클라우드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나 PD는 “김용건 선생님은 꽃할배의 ‘젊은 피’랄까. 에너지가 넘쳐서 더 즐거운 여행이 됐다”며 “지금까지의 꽃할배 중 가장 수다스러운 꽃할배다. 하루에 농담을 1000개 이상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건은 기존 멤버인 백일섭과 20대 후반 함께 하숙한 사이로 박근형과도 젊은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다. 김대주 작가는 “이름은 꽃할배지만 프로그램에서 ‘꽃보다 청춘’이 보인다”며 “20∼30대 때 한참 놀던 세 분의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꽃할배가 새 시즌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이순재 덕이었다. 사람들이 꽃할배를 잊은 건 아닐까 고민하며 머뭇거리는 나 PD에게 이순재가 힘이 돼 주었다. 나 PD는 “지난해 우연히 이순재 선생님과 커피를 마실 일이 있었는데 ‘한번 안 가? 가야지?’ 하셨다. 가장 연장자인데도 여전히 열정적이셔서 잊고 있던 게 퍼뜩 떠오르듯 ‘모시고 다시 가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꽃할배의 여행은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했다. 독일 통일의 상징인 무너진 베를린 장벽을 배경으로, 아직 분단의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짚어보는 감성이 돋보였다. 나 PD는 “이순재 선생님이 어렸을 때 기차 타고 마차 타고 만주로 소풍 간 얘기를 자주 하신다”며 “휴전선이 없을 때 태어나서 전쟁을 겪고 휴전선이 생긴 시대를 사신 분들이다. (베를린 장벽을 보고) ‘우리나라도 저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말씀하는 게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나 PD는 햇수로 따지면 KBS 재직 시절 연출한 ‘1박2일’보다 CJ E&M으로 이직해 처음 연출한 꽃할배가 더 오래 됐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 PD는 “꽃할배는 굉장히 개인적인 프로그램”이라며 “시청률과 협찬수익 같은 계산에서 벗어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전작 ‘숲속의 작은집’에 대해서는 “시청자의 요구에 부응하기보다 제작진이 하고 싶은 그림을 마구 그렸던 작품”이라며 “자신감이 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