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만큼 오래 하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3편에서는 더 많은 웃음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개봉 전 배우 성동일이 농담처럼 던졌던 이 말이 머지않아 실현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탐정: 리턴즈’(이하 ‘탐정2’)가 거침없는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후속편을 만들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쩌면 이는 한국형 시리즈물의 부활로도 읽힌다.
지난 13일 개봉한 ‘탐정2’는 초반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과 엎치락뒤치락하다 17일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서더니 열흘째 파죽지세 흥행 중이다. 27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222만명. 조만간 전편 ‘탐정: 더 비긴즈’(2015)의 스코어(262만명)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탐정2’는 경쟁작 ‘오션스8’에 비해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만듦새가 기대 이상이라는 호평이 나왔다. 권상우와 성동일이 코믹 콤비를 이뤄 사건 수사를 펼치는 전편의 얼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광수를 투입해 잔재미를 끌어올렸다. 익숙함 위에 나름의 새로움을 덧대는 데 성공한 것이다.
최근 영화계에 이 같은 시도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김명민 오달수 주연의 코믹 퓨전사극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2011년 1편, 2015년 2편에 이어 올 초 3편을 선보였다. 국내 최초로 1, 2편을 동시 제작한 ‘신과함께’는 2편 ‘신과함께-인과 연’을 오는 8월 1일 공개한다. 내년 말에는 3, 4편 촬영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시리즈물 제작에 다시금 불이 붙은 셈이다. ‘타짜3’ 제작 소식도 전해졌다. 1편(2006)의 조승우, 2편(2016)의 그룹 빅뱅 멤버 탑(본명 최승현)에 이어 3편에는 류승범과 박정민이 합류한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속편과 ‘여고괴담’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도 기획 중이다. 27일 개봉한 ‘마녀’는 애초에 속편 제작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탐정’ 시리즈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시리즈물은 충성도 높은 관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마케팅적 장점이 있다”며 “낮은 실패 확률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효자상품인 셈이다. 시리즈물 기획·제작이 활발한 최근의 흐름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영화시장에서 시리즈물이 한창 유행했던 건 1990∼2000년대까지였다. ‘투캅스’(1993, 96, 98) ‘조폭 마누라’(2001, 03, 06) ‘공공의 적’(2002, 05, 08) ‘가문의 영광’(2002, 05, 06, 11, 12) 등이 우후죽순 만들어졌으나 갈수록 그 존재감을 잃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편수가 늘어날수록 동어반복이 계속되면서 관객은 식상함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시리즈의 명맥이 끊기게 됐다”며 “그렇게 누적된 실패 때문에 제작자들도 한동안 섣불리 시리즈물 제작에 나서지 못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할리우드의 경우 스튜디오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영화의 전 제작 과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하지만 한국은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감독까지 모두의 의견과 상황이 맞아떨어져야만 시리즈물 제작이 가능하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시리즈물 제작이 점차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들이 그렇듯 작품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윤 평론가는 “상업영화 제작자들은 항상 시리즈물로의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그러한 안정적인 수입 구조가 그들이 가장 원하는 그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