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그림이 사진보다 더 리얼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저 세밀화도 그런 경우일 듯하다. 연필로 그린 새의 눈빛은 영롱하고 날갯짓에선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저 새는 무슨 종이며, 왜 찌그러진 콜라 캔을 물고 날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림 속 새는 오세아니아 대륙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바우어새다. 보통의 새들은 나무 위에 집을 짓지만, 바우어새는 나무 아래에 둥지를 튼다. 나무 밑동 둘레에 이끼를 깔고, 이끼 위에 4000개 넘는 나뭇가지를 꽂거나 쌓아올려 근사한 보금자리를 만든다. 심지어 집을 꾸미는 데도 공을 들이는데, 초록빛 열매나 빨간 꽃을 물어와 둥지를 장식한다고 한다. 그림 속 바우어새가 콜라 캔을 물고 있는 것도 집의 외관을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해서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만한 그림책이다. 저자는 영국 BBC 다큐멘터리 ‘라이프(Life)’에서 바우어새의 독특한 생태를 접한 뒤 이 새의 삶을 화폭에 담기로 결심했다. 그는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바우어새는 삶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완성해 나가는 듯했습니다. 비록 멋진 깃털을 갖고 있지도 않고 아름다운 소리도 내지 못하지만 바우어새는 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가꾸고 있었어요. 그래서 바우어새가 살아가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나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고민한다면 바우어새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