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 ‘인문·사회 과학도를 위한 로봇 이야기’라고 적혀 있다. 수학이나 과학이라면 지레 겁부터 먹는 ‘문과생’이 읽어도 좋을 만한 과학책이라는 거다. 실제로 이 책 ‘로봇 수업’은 많은 사람에게 ‘로봇 입문서’ 역할을 할 만한 신간이다.
독자들은 로봇이라고 하면 공상과학영화에나 등장하는 신기한 조립체를 떠올리겠지만, 이미 로봇은 한국인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가령 이 책의 역자들은 ‘옮긴이의 말’에 “약간은 놀라운 통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2017년 세계 로봇 통계 자료에 따르면 종업원 1만명당 로봇의 대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도 1위 국가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의 로봇 밀도는 631대로 세계 평균보다 약 8배 높다.”
자, 그러니까 로봇을 이해하는 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인의 삶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공학의 세계를 마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로봇 수업’의 저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로 그는 로봇 공학의 얼개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저자는 “로봇의 영향력은 자동차가 인류에 미쳤던 영향과 비견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책에는 로봇이란 무엇이며, 로봇의 역사는 어떠하며, 대중문화가 만든 로봇의 이미지엔 각각 어떤 게 있는지 소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나 전투용 로봇처럼 진일보한 기술이 야기하는 윤리적 문제점까지 짚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인간과 로봇이 미래에 어떤 관계를 맺을지 살핀 대목이다. 저자는 로봇을 “미래의 동반자”라고 규정하면서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도구들은 항상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을 낳았다. …인간 수명의 연장, 핵무기의 발전 같은 것 말이다. 지금은 이러한 기계들과 관련해 우리는 어떤 존재인지, 이 기계들과의 주고받음을 통해 우리가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똑바로 논의할 시기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