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도깨비팀’이었다.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유효슈팅을 1개도 날리지 못하고 0대 1로 패하더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독일과의 경기에선 놀라운 투혼을 발휘해 2대 0으로 이겼다. 독일전 승리는 러시아월드컵의 최대 이변이다. 하지만 한국은 조별리그서 1승2패로 F조 3위에 그쳐 목표로 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독일전의 승리와 상관없이 한국 축구에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출발은 최악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전에 대비해 ‘맞춤 전술’ 수립에 공을 들였다. ‘장신 군단’인 스웨덴을 상대로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선발로 투입한 신 감독의 ‘전술 트릭’은 통하지 않았다. 또 선수 교체 타이밍도 적절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은 멕시코와의 2차전에선 상대의 압박과 빠른 좌우 측면 공격을 차단하며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수비와 집중력 등에서 승부가 갈렸다. 특히 선수들의 기량 차이는 확연했다. 멕시코는 23명 중 절반이 넘는 12명을 유럽파 선수들로 채웠다. 유럽에서 뛰는 멕시코 선수들은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냈다. 한국팀의 유럽파 선수는 5명으로 2014 브라질월드컵(10명) 때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이 월드컵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수준 높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국내 소속 구단의 높은 이적료 요구 때문에 유럽 진출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국가대표급 선수들은 중국이나 중동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표팀의 전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에 최종 엔트리 23명 중 14명을 유럽파로 채운 일본이 선전한 것과 대비된다.

한국은 독일전에서도 90분 동안 불안한 수비와 부족한 골 결정력으로 고전했다.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김영권과 손흥민의 연속골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진 않았다. 상대 공격수에 대한 대인 방어가 미숙해 문전에서 몇 차례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이 없었다면 우리가 패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한국 축구가 2014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전술 및 선발 라인업 구성에서의 패착으로 독일보다 쉬운 상대로 불린 스웨덴, 멕시코에 승점조차 따내지 못한 것은 곱씹아 봐야할 부분이다. 사실상 한국은 1무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브라질월드컵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 것이다. 대대적인 개혁에 돌입하지 않으면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16강 진출을 바라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수준 향상으로 차기 월드컵 본선 진출도 확신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축구인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한국 축구의 발전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 감독은 “랭킹 1위인 독일을 이겨 한줄기 희망을 본 것 같다”고 말했지만 한국 축구가 아직 안도할 때는 아니다.

카잔=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