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챔피언이 조별리그에서 꼴찌를 하며 맥없이 떨어졌다. 2018 러시아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독일 축구 대표팀이 한국전 패배로 탈락하며 ‘디펜딩 챔피언의 저주’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의 저주는 직전 월드컵 우승팀이 다음 대회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징크스를 의미한다. 화려한 ‘아트사커’로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우승했던 프랑스가 저주의 서막을 열어젖혔다. 프랑스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세네갈과의 개막전부터 패하는 등 1무2패, 무득점으로 예선 탈락했다. 지네딘 지단을 비롯해 티에리 앙리, 다비드 트레제게 등 당대 최고 선수들을 거느린 프랑스의 탈락은 충격적이었다.
2006 독일월드컵 우승국 이탈리아는 4년 후 남아공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떨어졌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도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게 1대 5로 대패하는 졸전을 벌이며 조 3위로 짐을 쌌다.
지난 20년간 유일하게 저주를 피해간 국가는 한·일월드컵에서 우승한 브라질이다. 삼바군단은 2006 독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호주, 크로아티아, 일본을 모두 이기며 8강까지 진출했다.
독일의 이번 탈락은 저주의 첫 희생자인 프랑스만큼 극적이다. 독일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로 메수트 외질, 토니 크로스, 토마스 뮐러 등 걸출한 선수들을 보유했다.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43골 4실점 10전 전승이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남기며 2회 연속 우승이 유력시됐다. 그러나 공은 둥글었다. 독일은 점유율과 패스 및 슈팅 숫자 등에서 멕시코와 한국을 압도하고도 날카로운 역습에 일격을 맞아 무릎을 꿇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