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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러시아]“미안해 현수, 고마워 흥민”

한국 축구 대표팀의 손흥민이 27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쐐기골을 넣은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뉴시스
 
김태현 스포츠레저부 기자


‘울보’ 손흥민이 또 웁니다. “러시아에선 울지 않겠다”고 하더니 또 웁니다. 4년 전엔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분해서 엉엉 소리 내어 울었죠. 하지만 이번엔 기뻐서 웁니다. 아니, 가슴속에 억눌려 있던 감정이 터져 나와 웁니다. 그동안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짠합니다.

손흥민은 28일(한국시간) 끝난 독일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기성용 대신 주장 완장을 찼습니다. 그리고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쳐 보였죠. 경기 막판 호랑이처럼 빈 골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에 국민들은 전율했습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오늘 주장을 맡았다.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선수들에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전이 끝난 뒤 울었던 이유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월드컵은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그 부담감을 선수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 고마웠다.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고, 국민들의 응원에 감사하는 표시로 울게 됐다.”

이날 손흥민만 운 것은 아닙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독일을 상대로 ‘카잔의 기적’을 일궈낸 태극전사들은 모두 경기 후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자신과의 고단한 싸움이 생각나서 운 선수도 있을 테고, 음지에서 자신을 지켜봐 준 가족이 생각나 운 선수도 있을 테죠. 하지만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운 선수가 더 많았을 겁니다.

부주장 장현수의 눈물도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에 누구보다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스웨덴,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1, 2차전 때 몇 차례 치명적인 실수를 범해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는 멕시코와의 2차전에선 핸드볼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준 뒤 울었습니다. 장현수는 독일전에선 수비수가 아니라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안정된 경기력으로 한국의 승리에 큰 힘을 보탰죠. 독일전이 끝난 뒤 장현수는 멕시코전 때 흘린 눈물의 의미에 대해 “팀에, 그리고 팀원들의 얼굴 보기가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그렇게 울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월드컵이 이렇게 눈물이 많은 대회였던가요. ‘신태용호’의 월드컵은 눈물로 시작해 눈물로 끝을 맺었습니다. 이제 국민들이 태극전사들의 눈물을 닦아줄 때입니다.

카잔=김태현 스포츠레저부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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