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계절 여름이 돌아왔다. 출판사들은 매년 이맘때 신작 소설을 많이 낸다. 아무래도 독자들이 여름휴가 중에 읽을 책을 많이 사기 때문이다. 올해도 소설이 대거 나왔다. 한 문학출판사 관계자는 28일 “특히 올해 상반기는 ‘미투 운동’(#MeToo·나도 당했다)으로 문단이 어수선했다”며 “다들 미뤘던 책을 지금 내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술술 읽히는 역사소설. 김탁환의 ‘이토록 고고한 연예’(북스피어)는 모든 사람을 믿고 도왔던 광대 달문의 생애를 담고 있다. 달문은 연암 박지원(1737∼1805)의 ‘광문자전’ 주인공이다. 의로운 인품과 뛰어난 재주로 여러 사료에 기록된 인물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춤꾼이자 악사였던 달문의 삶이 조선의 세태 속에 익살스럽게 그려진다.
김별아의 ‘구월의 살인’(해냄)은 조선 효종이 즉위한 1649년 한양 한복판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에 상상력을 입힌 소설이다. 스물다섯 살 여종 구월이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베트남 출신의 미국 소설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조자’(민음사)는 베트남전쟁 직후 베트남과 미국 사회의 이면을 이중간첩인 주인공의 눈으로 들여다본다. 2016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SF 등 장르물을 애호하는 독자들이 반가워할 책도 상당하다. ‘드래곤 라자’ 등으로 국내외에서 2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대형 판타지 작가 이영도가 10년 만에 신작 ‘오버 더 초이스’(황금가지)를 갖고 돌아왔다. 약혼녀를 잃은 늑대인간, 주인을 잃은 난쟁이 검사, 딸을 잃은 부부가 나온다. 읽어보면 명불허전이다 싶다.
1981년 휴고상 수상작인 미국 작가 C J 체리의 ‘다운빌로 스테이션’(열린책들)은 37년 만에 국내 초역됐다. 우주 개발로 지구 안팎 세력 간에 전쟁이 일어나는 과정이 담겼다. 박하루의 데뷔작 ‘순결한 탐정 김재건과 춤추는 꼭두각시’(엘릭시르)는 탐정 김재건이 정체불명의 인물 꼭두각시를 추적하는 얘기다. 제1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이다. ‘아랍의 카프카’로 불리는 아흐메드 사다위의 장편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더봄)은 미군이 점령한 폐허 바그다드의 풍경을 그린 소설이다. 전쟁의 잔혹상을 판타지로 재현한다.
드라마를 닮은 재밌는 소설도 있다. 네덜란드 작가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의 ‘아이스크림 메이커’(세종서적)는 아이스크림 제조를 가업으로 이어가는 이탈리아 시골 마을의 한 가족에 얽힌 이야기다. 아이스크림, 시(詩), 사랑이 독자들의 기분을 달콤하게 만든다. 구병모의 신작 ‘네 이웃의 식탁’(민음사)은 정부가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싸게 공급한 공동주택에 사는 네 가족의 위태로운 삶을 그린다. 노르웨이 작가 니나 리케의 장편 ‘No! 백번 말해도 No!’(문학사상)는 삶과 사랑에 지친 세 남녀의 고뇌와 방황을 담고 있다. 25년간 부부로 살아온 교사와 공무원의 삶에 젊은 여성이 끼어들면서 일상에 균열이 온다. 영국 작가 서레이 워커의 소설 ‘다이어트랜드’(문학동네)는 여성들을 다이어트에서 해방시키는 통쾌한 이야기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