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7년간 벌여온 법적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소송자료를 인용해 삼성전자와 애플이 디자인 특허소송을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측은 구체적 합의 내용과 배상액 등을 밝히진 않은 채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같은 사안에 대해 다시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오랜 소송전을 벌이며 누적된 피로감이 합의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애플은 2011년 삼성전자 갤럭시S가 아이폰의 디자인을 따라 했다며 새너제이 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제소했다. 양측은 유럽과 한국, 일본, 호주에서도 ‘특허전쟁’을 벌이며 확전하다 미국에서 최종 결판을 내기로 2014년 합의했다.
새너제이 지방법원에서 시작한 소송은 7년 동안 연방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거쳐 새너제이 지방법원으로 돌아왔다. 1·2·3심 법원은 공통적으로 “삼성전자가 애플의 ‘상용특허’를 침해해 1억4900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1심 법원은 ‘디자인특허’(3억9900만 달러)와 ‘고유 디자인’(3억8200만 달러)까지 침해했다며 9억3000만 달러를, 2심 법원은 ‘디자인특허’ 침해만 인정해 5억4800만 달러를 배상액으로 책정했다. 3심 법원은 “‘디자인특허’의 배상액이 과하다”는 삼성전자 주장을 수용해 지방법원에 판결을 다시 맡겼다.
이때까지 분위기가 좋았던 삼성전자는 새너제이 지방법원이 ‘고유 디자인’ 침해 여부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코너로 몰렸다. 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디자인특허’는 물론 ‘고유 디자인’ 침해에도 책임을 지고 5억39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삼성전자는 배상액이 과도하다며 즉각 반발했지만 결국 애플과 합의하고 특허분쟁을 끝내는 길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2012년 제기한 ‘밀어서 잠금 해제’ 기술 특허소송에서도 패해 지난해 이미 1억1960만 달러를 배상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이 잇따라 제기한 대규모 특허전쟁에서 연패한 모양새가 됐다. 삼성전자는 최근까지도 미국 특허관리금융회사(NPE)와 스마트폰용 송수신기 기술을, 중국 화웨이와는 2년째 LTE 표준특허를 놓고 다투고 있다.
‘특허 악재’ 외에도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9 판매가 부진해 스마트폰 사업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 상태에 빠진 데다 중국산 스마트폰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다.
이미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사업 실적 전망엔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9의 올해 판매 예상치는 2800만대로 2012년 갤럭시S3 이후 가장 적다. 애초 목표치 4000만대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이에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9을 ‘구원투수’로 보고 8월 9일 조기 공개한다. 지난해 8월 23일에 선보인 갤럭시 노트8보다 공개일이 2주 빠르다. 갤럭시 노트9을 조기 공개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출시할 갤럭시S10 개발 체제를 조기에 구축해 연구에 속도를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 시리즈 출시 10주년을 맞아 내놓는 갤럭시S10을 앞세워 재도약하자는 뜻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