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사진) 미 국무장관이 다음 주 중 방북해 북한 비핵화 방안을 논의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의 방북은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북·미 양측은 북한 비핵화 범위와 시한 등을 놓고 구체적인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복수의 미 행정부 관리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 방문을 위해 다음달 6일 열릴 예정이었던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리는 “폼페이오 장관은 중요한 방북 일정 때문에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FT에 밝혔다. 미국 측은 조만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사실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다른 고위 관리가 전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채택한 북·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북한 고위 인사가 참석하는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공동성명은 협상을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열겠다고 했지만 정상회담 종료 후 보름 넘게 북·미 실무접촉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에서 북한 관리와 접촉해 북·미 정상이 합의한 바 있는 ‘완전한 비핵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전까지 정상회담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문구를 넣는 문제를 두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였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한 발 물러서는 정황도 포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스다코타주 유세에서 “(비핵화를) 서두르는 것은 칠면조 요리를 오븐에서 너무 빨리 꺼내는 것과 같다”며 “이제 요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러분은 (요리에) 만족하겠지만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만남은 이르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예방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러시아는 이미 북한에도 EEF 초청장을 보낸 바 있어 북·미 정상 간 깜짝 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