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사진) 미국 국무장관이 다음 주 방북해 북·미 간 비핵화 후속협상이 본격화되면 핵 프로그램 신고를 위한 협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칠면조 요리’에 빗대 속도조절론을 편 만큼 구체적인 시간표 작성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북한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맞춰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나 미군 유해 송환 등 신뢰 구축 조치를 이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방북 의제를 가늠해볼 만한 언급을 했다. 그는 “과거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를 얻어내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나는 이 문제를 다뤘던 사람들을 거의 전부 만나본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과 핵 프로그램 신고를 논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는 지난주에 또다시 만나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였던 힐 전 차관보는 2008년 북한이 제출한 핵 신고서가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것이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29일 “북·미 간 실무선에서 계속 협상이 진행됐고 어느 정도 조율이 됐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하는 것”이라며 “그가 직접 움직인다면 최소한 사찰단이 북한에 들어가 핵 프로그램 신고를 받기 위한 협의 정도는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핵화 로드맵 작성은 긴 호흡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우리가 원하는 건 당장 비핵화 로드맵이 나오는 것이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빨리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비핵화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의미가 있고, 그 결과물은 비핵화의 방향성을 정하면서 후속회담을 정례화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강연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공식적으로 이야기되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스스로 무엇을 얼마나 가졌는지 리스트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비핵화 이행 과정에 착수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 맞춰 북한도 비핵화 관련 조치를 이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지난해 7월 4일 ‘화성 14형’을 쏜 뒤 ‘앞으로도 미국에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들을 자주 보내주자’고 했었다”며 “올해는 정반대의 긍정적인 선물을 줄 것이고 폼페이오 장관도 그에 맞춰 방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 미국이 내줄 카드로는 행정부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독자제재 완화나 테러지원국 해제,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정도가 거론된다.
권지혜 이상헌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