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돌리기, 극장골, 그리고 비디오 판독(VAR)’
2018 러시아월드컵이 조별리그를 마치고 30일(한국시간)부터 본격 토너먼트로 들어간다. 많은 축구팬들은 조별리그에서의 화려한 축구기술과 드라마 같은 극장골에 매료됐다.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 활용된 VAR은 호기심뿐 아니라 각종 논쟁을 일으켰다. 오직 16강 진출을 위해 축구의 정신을 포기하는 듯한 행태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각종 키워드를 통해 조별리그를 결산한다.
16강 막차 탄 일본의 태업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한 H조 일본은 28일 열린 폴란드와의 최종전 막판에 사실상 태업을 했다. 0-1로 지고 있던 일본은 맹공격을 펴다 갑자기 공세를 멈췄다. 같은 조의 다른 경기인 콜롬비아-세네갈전에서 콜롬비아가 1-0으로 앞섰기 때문이다. 승점·골득실 등에서 동률이었던 세네갈이 이대로 지면 일본은 페어플레이 점수가 높아 16강에 올라갈 수 있었다. 종료 10분 동안 일본은 자신들의 지역에서 공만 돌렸다.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16강 진출을 위해 스포츠 정신을 버렸다는 비난이 나왔다.
앞서 비기기만 하면 16강에 올라가는 프랑스와 덴마크 두 팀도 승점을 잃지 않기 위해 수비에 치중했다.
한 편의 드라마가 된 러시아 월드컵
이번 월드컵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에 터지는 극장골의 향연이 펼쳐졌다. 48경기 총 122골 가운데 90분 이후 터진 골은 20골이었다. 후반 40분(85분) 넘어 나온 것까지 포함하면 25골이며 그 골로 결과가 결정된 경기는 15경기나 됐다.
한국 대표팀은 독일과의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두 골을 터뜨리며 거함 독일을 침몰시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집트를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5분에 결승골을 넣어 24년 만의 월드컵 승리를 거뒀다.
첫선 보인 VAR과 페어플레이 조항
VAR은 지난 16일 C조 프랑스와 호주전에서 처음 활용됐다. 후반 9분 호주 페널티 지역에서 프랑스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상대 선수에 걸려 넘어졌다. 처음에는 그냥 넘어갔다가 주심이 VAR을 통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조별리그에서 나온 24개의 페널티킥 가운데 VAR 판정을 거치고 선언된 것이 10개나 된다. 한국도 VAR로 울고 웃었다. VAR 판정으로 스웨덴전에서는 페널티킥을 내줬고, 독일 전에서는 오프사이드가 취소돼 골로 기록됐다.
앞서 일본의 16강을 결정한 페어플레이 점수도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됐다. 페어플레이 점수는 옐로카드와 레드카드 숫자가 적을수록 높다. 세네갈은 조별리그 동안 옐로카드 6개, 일본은 4개를 받았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