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 법원행정처가 상고 법원 도입에 반대한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과 대한변협을 상대로 구체적인 압박 계획을 사전에 수립하고 실제 실행한 것으로 29일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대한변협 신문에 대한 광고는 실제로 중단됐으며, 국선전담변호사 수를 확대해 사선변호사 선임률을 줄인다는 계획도 시행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최근 법원행정처로부터 확보한 410건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 파일 중 대한변협에 대한 문건을 우선 분석한 뒤 하 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이날 소환조사했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확보한 410개 파일 중에는 ‘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 ‘대한변협 대응방안 검토’ ‘대한변협 회장 관련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포함돼 있다. 이 파일의 내용은 사전에 공개되지 않았다. 검찰은 하 전 회장을 상대로 문건에 적시된 압박방안 중 어떤 내용이 실제 시행됐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하 전 회장은 검찰 소환조사 직후 “대법원의 압박 방안이 굉장히 치밀했다”며 “어떻게 이런 방안을 마련해 변협을 압박하고 변협 회장 개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실행을 했는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 전 회장은 문건에 담긴 압박 방안을 전부 확인했으며 이 중 대한변협신문에 대한 광고를 중단하는 방안이 실제 시행됐다고 밝혔다. 또 국선전담변호사 비율을 확대해 사선변호사 선임률을 줄여야 한다는 계획도 문건에 들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매년 8월 시행되는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 대회’에 대법원장이 불참하는 내용과 대법원장이 대한변협과 간담회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문건에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 전 회장은 “대법원과 대한변협의 관계는 수십년간 지속된 관계”라며 “이번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변협 회장 재임 중 (대응 관련) 문건이 갑자기 많아졌다”며 “압박 방안과 강도도 더 세졌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협 압박방안 등이 담긴 문건은 모두 4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행정처 소속 일선 판사의 PC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에는 변호사 평가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안 및 하 전 회장의 수임 내역을 국세청에 제공하는 방안도 담겨 있었다고 한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