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그를 기특해했다. 아이돌 그룹이 쏟아지던 2008년, 작은 몸집으로 기타 하나를 들고 나와 홀로 노래하는 그는 분명 특별했다. 어마어마한 이름을 가진 음악가들이 기꺼이 그와 작업하려 했다. 섬세하면서도 가슴을 찌르는 가창력도 발군이었지만, 그는 ‘어른스러운’ 음악성을 갖춘 ‘기특한 소녀’였다. 그렇게 어른들은 아이유에게 열광했다.
2010년 발표한 ‘좋은 날’과 이듬해 내놓은 ‘너랑 나’가 크게 히트했다. 마치 놀이동산의 축제 무대 같은 비트 위로 수줍은 소녀의 목소리가 화사하게 날아다녔다. 그는 벅차오르는 연심(戀心)에 어쩔 줄 몰랐지만 한 가지는 확신하고 있었다. ‘오빠’를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머리 모양에 신경 쓰고, 눈물을 흘릴 때도 예쁘게 보이려 했다.
그런데 아이유는 이런 평범한 아이돌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었다. 어른보다 어른을 잘 이해하는 ‘기특한 소녀’였다는 점이다. 1980년대와 90년대 음악을 재해석하기보다 차라리 그 안으로 들어가 버린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2014)가 이를 잘 보여줬다. 그는 마치 아주 옛날에 태어나 시대를 건너뛰어 온 것만 같았다. 아이유는 ‘궁극의 아이돌’이었다. 2집 앨범과 그 수록곡의 제목 ‘라스트 판타지(Last Fantasy)’처럼, 그는 마지막 판타지였다. 모든 것이 완벽했고 변치 않을 것만 같았다.
그것은 달리 말해, 살아있는 인형이었다. 그런 시선에 균열을 일으킨 건 2013년부터다. ‘분홍신’은 어지럽게 등 떠미는 세상에 휩쓸리면서도 모든 방황은 자신의 욕망에 의한 것임을 말하는 듯했다. 자신이 직접 프로듀서로 나선 2015년의 ‘챗-셔(Chat-Shire)’ 앨범은 문제작이었다. ‘스물셋’의 뮤직비디오나 수록곡 ‘제제(Zeze)’는 아동성애적 기호가 포함됐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는 대중이 바라보는 아이유를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리곤 젖병을 던져버림으로써 대중의 기대를 배신했다. 수록곡들은 수수께끼 같은 속내와 어두운 욕망마저 갖고 있다고 말하는 음악들이었다. 아이유는 ‘라스트 판타지’의 가사처럼 “저 문을 열고 걸어 나가” 인형의 세계를 벗어나는 일을 감행한 것이다.
지난해 발매된 앨범 ‘팔레트(Palette)’에서 그는 다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대중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자신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는(‘팔레트’) 그는 현재를 긍정한다. 그리고 사랑받는 인형을 탄생시킨 ‘좋은 날’을 비튼 듯, “춥고 모진 날 사이로” “조용히 잊힌 네 이름”(‘이름에게’)에 손을 내민다.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팝 음반’에 선정된 이 앨범에는 아이돌 가수로 소비되던 아이유와 자연인 이지은이 비로소 화해하는 순간이 담겨 있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은 아이유를 기특해한다. 그들에게 ‘팔레트’ 앨범은 아이돌로 출발해 포크 기반의 싱어송라이터가 됨으로써 ‘아티스트’가 된 예쁜 조카의 작업이다. 인간을 이상화하고 박제하는 아이돌 산업에서 아이유는 스스로 살아남았다. 그런 일을 해낸 아티스트를 이제 누가 감히 함부로 기특해할 수 있을 것인가.
<대중음악평론가·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