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정보국 “북, 비핵화 대신 핵무기와 시설 은폐 방법을 찾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갖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검증 단계에서 신고해야 할 핵탄두 수를 줄이고, 핵 시설 은폐를 시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미 국방정보국(DIA)이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합의한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모든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핵무기와 핵 시설을 은폐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NBC 방송도 29일 미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최근 몇 달간 여러 곳의 비밀 장소에서 핵무기 재료인 농축우라늄 생산을 늘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WP에 따르면 미 정보 당국은 북한 보유 핵탄두를 65개 정도로 파악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보다 적다고 주장한다. 또 영변 원자력단지의 2배 규모인 비밀 핵연료 생산 시설이 강선에 존재하며, 비밀 핵무기 시설도 최소 1곳 이상이라는 게 미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북한이 이처럼 보유 핵탄두와 관련 시설을 은폐하려는 것은 미국이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축소 신고해도 모를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축소 신고된 내용을 토대로 제한적인 사찰과 검증, 폐기, 반출 등 과정을 밟은 뒤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했다”는 속임수를 쓰려고 한다는 것이다.

정보 당국자들과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호한 화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다”며 “이는 북한 지도자들이 과거 20년간 해온 것들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 새로운 약속을 하지 않은 싱가포르 회담은 과거 북한과의 협상보다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번 주 방북해 북한의 비핵화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전했다. 일본 NHK방송이 6일이라고 날짜까지 명시한 가운데 미 국무부는 “현재 발표할 만한 어떤 일정도 없다”면서 긍정도 부정도 아닌 입장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절차와 기한 등의 성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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