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북·중 경협 시동… 제재 국제공조 균열도 기대


미국과의 비핵화 후속 협상을 앞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중 합작 경제특구가 위치한 평안북도 신도군과 신의주를 연달아 시찰했다. 지난달 19∼20일 세 번째 중국 방문 이후 열흘 만의 공개 행보다. 북·중 관계가 복원되면서 양국 간 경제 협력이 본격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김 위원장이 부인 이설주 여사와 함께 신의주 화장품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김 위원장이 신도군 갈(갈대) 종합농장을 찾아 화학섬유 생산 활성화를 주문했다고 30일 전했다.

신도군은 중국과 인접한 서해 최북단 섬들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김 위원장이 찾은 신도는 김일성 주석 시절 갈대밭이 조성돼 ‘비단섬’으로 불리는 곳이다. 비단섬 위쪽으로는 2011년 북·중이 공동 개발 청사진을 발표하고 대규모 착공식을 했던 황금평 경제특구가 있다.

김 위원장의 시찰은 3차 방중 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집중 논의한 북·중 경협 구상을 구체화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으로부터 경제특구 공동 개발과 이를 위한 전력, 인프라, 물류체계 구축 등 투자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중 관계가 복원되면서 양측이 합의한 개발 계획이 곧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김 위원장의 시찰은 이를 본격화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에 모두 동행한 ‘중국통’ 김성남 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신도군 현지지도를 수행한 것 역시 북·중 경협 재개 관측을 뒷받침한다.

북한은 1991년 함경북도 최북단 항구도시인 나진·선봉을 첫 경제특구로 지정한 데 이어 신의주, 개성, 금강산으로 점차 늘려나갔다. 이후 2010년 한국 정부의 5·24 조치로 남북 경협이 막히자 대중국 개방을 가속화해 2011년 황금평·위화도를 새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그러나 황금평 사업을 총괄했던 장성택 당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숙청되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특구 추진이 중단됐다. 현재 황금평 경제특구엔 관리위원회 건물만 들어선 상태다.

북·중 경협이 재개되면 국제사회의 촘촘한 대북 제재망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비핵화 로드맵의 큰 얼개조차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이 이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중·러는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언론성명을 추진하다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중국을 겨냥해 안보리의 모든 대북 결의에 대한 전면적 이행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미국도 제재 완화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기 위해 시찰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한편 지난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된 황병서가 인민복 차림으로 김 위원장의 신도군 시찰에 동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광상 당 국제부 제1부부장보다 먼저 호명됐다는 점에서 당 부장급으로 복권돼 군사 업무를 다루는 것으로 추정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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