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건강

[And 건강] 당신의 발, 안녕하십니까?









야외 활동 늘고 샌들 착용 많아 6∼9월 발 외상 사고 발생률 높아

발목이 접질려 생기는 염좌 방치할 경우 발목 관절염 되기도

과도한 운동 땐 족저 근막염 우려
쿠션 좋은 신발이나 뒤꿈치 쿠션 패드 사용 도움, 심한 경우 근막 절개 수술 필요

하이힐 즐겨 신는 여성의 경우
무지 외반증 환자 많아 굽 낮고 볼 넓은 신발 착용이 최선


발은 26개의 뼈, 30개의 관절, 107개의 인대, 19개의 근육, 수백개의 혈관으로 이뤄져 있다. 인체에서 손 다음으로 정교한 기관이다.

사람은 이런 발을 이용해 일생 동안 지구를 세 바퀴 반이나 돌 만큼 많이 걷는다. 걷는 동안 발은 심장에서 보내진 피를 다시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발을 ‘제2의 심장’으로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다치거나 통증이 생기기 전까지 발은 잊힌 존재다. 스포츠와 야외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고 쿠션 없는 슬리퍼나 하이힐 등 발 건강에 좋지 않은 신발을 신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발병 환자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6∼9월 발 환자 증가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 바른세상병원이 지난해 내원한 족부 질환자 5881명을 분석한 결과 흔히 ‘삐었다’고 하는 발목 염좌(33%) 환자가 가장 많았고 이어 족저 근막염(27%) 발목 불안정증(24%) 무지 외반증(11%) 지간 신경종(5%) 등 순이었다.

이 병원 수족부센터 이원영 원장은 2일 “해마다 6∼9월에 발 질환자가 증가한다”면서 “야외 및 스포츠 활동이 늘어 발 외상 사고 발생률이 높아지는데다 샌들·슬리퍼 등 발목을 고정시켜주지 못하는 신발을 많이 착용하는 탓”이라고 설명했다.

‘접질렸다’고도 하는 발목 염좌는 발목을 지탱해 주는 인대가 늘어지거나 찢어져 손상되는 증상이다. 일상생활 또는 달리기, 등산 같은 스포츠 활동을 하다 흔히 겪는다. 굽 높은 구두를 즐겨 신는 여성에게도 자주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목 염좌 환자는 130만명을 넘었다.

문제는 발목을 삐면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거나 치료 대신 파스를 붙이거나 얼음찜질을 한다는 점이다. 강남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김용상 부원장은 “첫 염좌 발생 후 적절한 치료가 따라주지 않으면 크게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았는데도 계속 발목을 접질리는 만성 발목 염좌로 이어지고 이후 점차 발목 관절이 불안정해지는 ‘발목 불안정증’을 초래할 수 있다. 심하면 발목 관절염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실제 직장인 박모(43)씨는 지난해 봄 운동을 하다 발목을 삐끗한 후 불안정한 발목으로 고생하고 있다.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 삼아 가볍게 걸을 때에도 수시로 발목을 접질리곤 했다. 반복적으로 발목을 접질리며 부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시큰거리는 통증도 계속됐다.

1년이 지나서야 병원을 찾은 박씨는 최초의 발목 염좌가 악화된 ‘발목관절 만성 불안정증’을 진단받았다. 발목 관절 연골까지 일부 손상이 시작된 상태였다.

바른세상병원 장규선 정형외과 전문의는 “관절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관절염 말기 상태가 되면 발목도 무릎처럼 인공관절로 갈아 끼우거나 발목을 고정해 주는 큰 수술을 받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처음 발목을 삔 후 수일이 지나도 부기나 통증이 계속되면 반드시 전문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 오래 걷거나 달리다 발병 난다

최근 다이어트를 위해 빨리 걷는 파워워킹을 시작한 송진형(가명·48)씨는 어느 날 발바닥과 뒤꿈치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금방 좋아지겠지’ 하는 마음에 운동을 멈추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송씨에게 생긴 발 질환은 ‘족저 근막염’이다. 족저 근막은 발뒤꿈치에서 시작해 발가락 앞까지 발바닥을 싸고 있는 단단한 막이다. 뛰거나 걸을 때 발바닥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 과도하게 사용하면 염증이 생긴다.

부평힘찬병원 서동현 원장은 “족저 근막염은 지나치게 오래 걷거나 달리는 운동을 즐겨하는 사람들, 갑자기 체중이 불어난 이들,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군에서 많이 발생한다. 충격 흡수가 잘 안 되는 딱딱한 신발 착용, 잘못된 보행습관, 평발도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족저 근막염 진료 환자는 24만3137명으로 2013년(15만3285명)에 비해 58.6% 급증했다.

서 원장은 “족저 근막염 환자 603명을 자체 분석한 결과 40∼50대 여성이 82.5%를 차지했을 정도로 중년 여성의 발병률이 높다”면서 “여성 호르몬 변화로 발바닥 지방층이 얇아지면서 발바닥에 가해지는 충격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증상은 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디딜 때 ‘찌릿’하는 발뒤꿈치 통증이다. 밤새 수축돼 있던 족저 근막이 펴지면서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앉아 있을 때는 통증이 없다가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할 때 통증이 나타난다. 증상이 가벼울 땐 약물과 족저 근막 스트레칭 등 재활치료로 완화할 수 있다.

바른세상병원 장규선 전문의는 “최소 1년간 이런 치료를 진행한 뒤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면 족저 근막 일부를 절개해 늘려주는 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예방하려면 과도한 운동을 피하고 체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좋다. 발에 무리가 간 날에는 족욕으로 발 피로를 풀어주고 쿠션 좋은 신발이나 뒤꿈치 쿠션 패드를 사용하는 등 생활 속 관리도 필요하다.

평소 무리한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킬레스건(힘줄)염도 주의해야 한다. 아킬레스건은 발뒤꿈치에 붙어 있는 장딴지 근육의 힘줄이다. 인체에서 가장 굵어 체중 10배 정도의 힘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줄넘기나 점프 마라톤 등으로 스트레스가 반복적으로 가해졌을 때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심평원 통계에선 아킬레스건염 환자가 최근 5년간 21.4%(2013년 11만5795명→지난해 14만586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에는 아킬레스건 부위가 벌겋게 되거나 열이 나면서 붓고 운동 전후 발뒤꿈치와 종아리 아래 부분에 통증이 생긴다. 대부분 휴식을 취하면 1∼2주 후 회복되나 습관적으로 재발한다면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다.

주로 여성들 사이에서 엄지발가락(무지)이 바깥쪽으로 휘어져 튀어나오는 ‘무지 외반증’도 조금씩 느는 추세다. 돌출 부위가 신발에 반복적으로 마찰되면서 통증과 염증을 유발한다. 하이힐 같은 굽 높고 볼 좁은 신발을 오래 신으면 이런 ‘버선발 기형’이 생길 수 있다.

통증이 심할 경우 신발 신기가 불편하고 보행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원영 원장은 “튀어나온 엄지발가락의 통증으로 인해 그 부분을 바닥에 딛지 않고 걸으려 하면서 다른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면서 “발바닥 바깥쪽에 힘을 주고 걷다 보면 발목을 삐끗하기도 한다. 또 보행이 정상적이지 않아 몸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무릎 관절염이나 허리 디스크까지 올 수 있다”고 했다.

굽이 높지 않고 볼 넓은 신발을 신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발가락 교정기 착용으로 개선되지만 발 변형과 통증이 심하다면 발 모양 교정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볼 좁은 신발 착용은 무지외반증뿐 아니라 새끼발가락이 튀어나오면서 통증이 생기는 ‘소건막류’ 질환도 초래할 수 있다.

볼 좁고 굽 높은 신발 안 좋아

병명은 비교적 생소하지만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발 질환도 있다. ‘몰톤 족지’라고 불리는 지간 신경종은 앞쪽 발가락뼈 사이를 지나는 신경이 지속적으로 압박받아 두꺼워지면서 통증을 일으킨다. 걸을 때 체중이 발바닥에 골고루 분산되지 않고 앞쪽에 하중이 쏠렸을 때 발생한다. 하이힐 등 발가락 쪽에 엄청난 하중이 가해지는 신발을 자주 신는 여성에게 많다. 여성 발병률이 남성보다 8∼10배 높다. 간혹 족저 근막염으로 오진되기도 한다.

강북힘찬병원 송영준 정형외과 전문의는 “지간 신경종은 신발을 벗고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호전돼 방치하기 쉽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바른세상병원 이원영 원장도 “평소 볼이 좁거나 굽 높은 구두를 즐겨 신는 여성이라면 발이 보내는 통증 신호를 절대 무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발목터널증후군은 사람의 발목 안쪽, 복숭아뼈 뒤쪽의 발가락을 구부리는 힘줄과 발바닥으로 가는 신경과 인대, 혈관이 지나가는 족근관(발목터널)이 여러 원인에 의해 좁아지며 압박을 받아 생기는 질환이다.

발 감각에 이상이 생기고 저리거나 통증이 유발된다. 통증은 발에서 시작해 다리 위쪽으로 퍼지기도 한다.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저리며 복숭아뼈 부분을 만지거나 누를 때 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발목을 자주 삐끗하거나 골절·타박상을 입을 경우, 무리한 운동을 할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강남연세사랑병원 김용상 부원장은 “많이 진행되면 발목 주변 감각이 둔해지고 발목에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밤에 통증이 더 심해진다”면서 세심한 관찰과 조기 치료를 당부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