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밥 딜런만큼만 그리라고 해!

밥 딜런, ‘Favela Villa Broncos(브라질 시리즈)’. 1960년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1941∼)이 8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이번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음유시인’으로서 갖는 공연이다. 2016년 딜런이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노벨문학상 115년 역사상 가장 큰 이변’이라며 큰 논란이 일었다. 문학계 일각에서는 “이미 온갖 트로피를 다 거머쥔 톱스타에겐 노벨상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겠지만 골방에서 외롭게 글을 쓰는 문인들에겐 더없이 절실한 게 그 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스웨덴 한림원은 “밥 딜런은 노래 속에서 놀라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 귀를 위한 시”라고 평가했다.

반전과 인권을 노래하는 뮤지션으로 출발해 문학의 개념까지 확장시킨 밥 딜런은 미술에서도 탄탄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데뷔 이래 50년째 그림을 그려온 그의 작품은 뛰어난 구성과 색채로 대중스타 중 으뜸으로 꼽힌다. 앤서니 퀸, 짐 캐리 등 수많은 스타들이 미술에 매달렸지만 그만큼 완성도 있는 작업을 이어간 예는 드물다. 여러 도시, 여러 나라를 유목민처럼 떠돌며 콘서트를 여는 딜런은 자신이 머무는 곳을 예리한 눈으로 포착해 화폭에 옮긴다. 무엇보다 음악과 맥을 같이하는 점이 돋보인다. 그야말로 ‘길 위의 미술’인 것. 브라질 빈민가를 그린 ‘브라질 시리즈’, 맨체스터 철로변을 그린 ‘철길 시리즈’는 평범하고 누추하지만 누군가의 진솔한 삶이 녹아들어 있어 감동적이다. 사회저항의식이 물 흐르듯 배어 있는 작품은 미술관과 화랑들이 앞다퉈 전시하는 인기 아이템이다. “왜 많고 많은 미술가를 놔두고, 스타를 초대하느냐”며 화가가 볼멘소리를 내놓자 유명화랑 대표는 이렇게 일갈했다. “밥 딜런만큼만 그리라고 해!”

이영란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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