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미드필더 에당 아자르가 왼발로 일본의 문전을 향해 크로스를 올리자 마루앙 펠라이니가 공을 향해 점프했다. 일본 수비수들도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펠라이니의 키와 점프력을 당해낼 수 없었다. 일본 수비를 앞두고도 펠라이니는 머리에 정확히 공을 갖다 댔다. 공이 일본의 골망을 향해 방향을 바꾼 순간 펠라이니의 몸은 거의 균형을 잃지 않은 상태였다. 월드컵 역사상 첫 8강행을 눈앞에 뒀던 일본의 꿈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일본은 3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나노누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전에서 2대 3으로 패하며 월드컵 무대에서 사라졌다.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공돌리기’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일본의 이번 대회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일본과의 경기가 많은 한국에게는 좋지 않은 신호였다. 이날도 일본은 후반 24분까지 유려한 패스와 강력한 슈팅을 무기로 2-0으로 앞서며 벨기에를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20여분동안 펠라이니의 동점 헤딩골을 포함해 내리 3점을 내주며 역전패했다. 이날 경기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벨기에가 후반 20분 194㎝의 장신 펠라이니를 투입시키고 나서였다. 벨기에는 후반 25분 일본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가 제대로 공중볼을 펀칭하지 못해 만들어진 공격 상황에서 행운의 헤딩골을 성공시켜 1-2로 추격했다. 이어 4분 뒤에는 펠라이니가 아자르의 어시스트를 제공권을 활용해 헤딩골로 연결시키며 동점을 만들었다.
그동안 높이와 힘을 앞세우는 피지컬 위주의 전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던 일본축구의 약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앞으로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등 다양한 국제무대에서 일본을 상대해야하는 한국이 전술 구상을 위해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경기였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해 12월 열린 2017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197㎝의 김신욱을 앞세워 일본을 4대 1로 꺾은 바 있다. 그때도 일본에게 선취골을 내줬지만 4골을 몰아넣으며 승리를 거뒀다. 김신욱은 동점 헤딩골을 포함해 2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김신욱도 헤딩골을 넣을 때 수비수가 옆에 있었음에도 거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
한편 이날 일본은 후반 종료 직전 벨기에의 역습에 휘말려 결승골을 허용해 패배했다. 월드컵 토너먼트 경기에서 2-0으로 앞서다 역전패한 것은 잉글랜드가 1970년 멕시코월드컵 8강전에서 서독에게 패한 뒤 48년 만에 처음으로 나온 기록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