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파독간호사의 대부’로, 독일에선 ‘한국 간호사 독일 취업을 개척한 아버지’로 불리는 이수길(89) 의학박사가 독일 정부가 주는 최고 사회봉사상인 사회공로상을 수상한다.
이 박사는 ‘오는 8월 9일(현지시간) 말루 드라이어 독일 연방상원의장 겸 라인란트팔츠주(州) 총리가 수여하는 사회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은 사실을 3일 국민일보에 알려왔다.
이 박사는 “사회공로상은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뚜렷한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훈장으로 그간 한·독 가교 역할을 해온 점을 독일 정부가 인정해준 셈”이라며 “앞으로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한국 간호사 파독의 산파 역할을 한 인물이다. 함경남도 풍산군 출신으로 3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왼쪽 다리가 마비됐다. 1·4후퇴 때 부산에 내려온 뒤 검정고시로 의사자격시험에 응시해 합격했지만, 국내 의료계의 학력 중시 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1959년 독일로 건너갔다. 이 박사는 장학생으로 독일에 유학, 마인츠대학병원에서 소아 청소년과 전문의와 방사선과 전문의 자격을 획득했다.
재직 중 서독의 간호사 부족현상을 확인한 이 박사는 마인츠와 프랑크푸르트 병원 등에 한국 간호사 채용을 요청했고, 한국 대사관에 병원의 각서와 고용 계약서를 포함한 서류들을 제출했다. 또 자비로 한국에 들어와 당시 보건사회부장관 등을 설득해 선발한 파독 간호사 128명과 함께 66년 1월 31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이 박사는 “한국 간호사의 독일 취업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고 특히 한국의 유능한 간호사들이 훌륭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신념으로 이 일을 추진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 일을 주선하면서 음해와 비방을 받기도 했다. 특히 67년엔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한국 정보요원에 의해 강제로 한국으로 끌려와 1개월 동안 심한 고문을 당하는 등 고초를 겪다 독일 언론의 도움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이 박사의 노력으로 76년까지 총 1만명 이상의 한국 간호요원들이 서독에 취업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독일에 남아 교포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 박사는 72년에 사단법인 한독협회를 창설해 초대회장으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73년엔 한국의 선천성 복합 심장 기형 아동에 대한 무료시술 운동을 전개해 34명의 아동을 구하기도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