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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징크스에 갇히고… 날리고…



1994년 미국월드컵 16강전에서 불가리아를 만난 멕시코는 전·후반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 끝에 1대 3으로 패했다. 당시만 해도 멕시코는 이 경기가 자신들의 기나긴 16강 징크스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멕시코는 그 후 6번의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16강 진출에 성공하고도 번번이 8강 진출에 실패하는 역사를 반복했다. 2일(한국시간) 러시아 사마라 아레나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16강전은 멕시코의 징크스가 여전히 생명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멕시코는 이날 경기에서 전반을 0-0으로 잘 막아냈지만 후반 들어 2골을 잇따라 내주며 0대 2로 패했다.

또 이날 경기에서 득점에 실패하면서 멕시코는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한 골도 넣지 못하는 징크스도 이어갔다. 멕시코는 이 경기까지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5번 만나 1무 4패에 득점은 0이었다.

멕시코에 앞서 월드컵 징크스의 희생양이 된 대표적인 팀은 독일과 스페인이다. 독일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전 대회 챔피언이 조별리그를 탈락하는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스페인은 유독 개최국에 약한 징크스를 떨쳐 버리지 못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우승팀인 스페인은 1934년 이탈리아월드컵 8강에서 이탈리아에 진 것을 시작으로 50년 브라질월드컵, 2002 한·일월드컵에 이어 이번 대회에선 러시아에 패했다. 유럽선수권대회까지 포함하면 이번 대회까지 10번이나 개최국에 무릎을 꿇었다.

반면 징크스를 깨고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벨기에는 3일 일본에 3대 2로 이겨 48년 만에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먼저 2골을 허용하고도 경기에 승리하는 팀이 됐다. 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당시 서독은 8강에서 잉글랜드에 먼저 2골을 내줬지만 후반 2골을 만회해 연장에서 3대 2로 승리했다. 전·후반 90분 정규시간 안에 승리한 기록을 따지면 66년 잉글랜드월드컵서 북한을 5대 3으로 꺾은 포르투갈 이후 처음이다.

우루과이의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 역시 월드컵 저주를 말끔히 씻어버렸다. 카바니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3·4위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었으나 팀은 2대 3으로 졌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에서도 득점에 성공했지만 팀은 1대 3으로 패해 ‘카바니가 골을 넣으면 진다’는 핀잔을 들었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조별리그에서 1골을 넣은 후 팀이 3대 0으로 완승한 것을 비롯해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도 자신이 넣은 2골에 힘입어 2대 1로 이겼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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