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연이은 ‘경제 행보’는 ‘핵 아닌 경제’ 강조 메시지



북한 매체들이 최근 사흘 연속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선은 군부대 시찰을 빼면 전부 현지지도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비핵화 후속협상을 코앞에 둔 시점에, 중국과 가까운 평안북도 접경지역을 돌며, 공장 일꾼들을 칭찬했다가 질책도 하면서 ‘경제 올인’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시기와 장소, 메시지가 전략적으로 버무려진 다목적 행보로 평가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자 1면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의 세 번째 해인 올해 경제전선 전반에서 활성화의 돌파구를 얼어제껴야 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실었다.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했던 말을 앞세워 하반기에도 분야별로 전진하자고 독려하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말부터 평북 일대를 시찰하고 있다. 신의주 화장품공장과 화학섬유공장, 방직공장을 연이어 둘러봤고, 북·중 경제특구(황금평)가 위치한 신도군도 찾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남북, 북·미, 북·중 정상회담을 치르면서 내부적으로 현지지도를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었다”며 “첫 행선지로 신의주를 택했다는 건 자신의 전략적 목적이 핵이 아닌 경제에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비핵화 의지를 간접적으로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중은 3차례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큰 구상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원산 같은 곳을 방문했다면 북·중 경협 의미를 부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김 위원장이 신의주 화장품 공장을 시찰한 이후 북한 화장품 브랜드 ‘봄향기’가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경제발전은 북한 내부적으로도 매우 시급한 과제다. 올해는 김 위원장이 2016년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분기점이자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로 정책 노선을 전환한 첫 해다. 정권수립 기념 70주년(9월 9일)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로 인민 생활 향상에 대한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금까지는 남북, 북·미 관계 개선 등 경제발전을 위한 대외적인 여건 조성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대내적으로 성과를 독려할 때”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기점으로 전방위적인 대외 활동에 나선 것 역시 궁극적으로는 경제발전으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향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반대급부로 제재 해제를 우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신의주 화학섬유공장을 찾아 지배인, 당위원장, 기사장을 공개적으로 질책한 건 ‘김정은 시대’에 나타난 변화다. 선대 지도자들이 정책 노선 변화가 있을 때 모범 사례로 부각할 만한 지역을 찾아 치켜세우는 식으로 현지지도를 활용해 왔던 것과는 다르다. 이런 변화는 좋게 말하면 김정은식의 솔직한 리더십, 나쁘게 평가하면 책임 전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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