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과장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이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건 부모 탓이라고 말이다. 이 책에 실린 내용 하나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미국에서 부모와 자녀의 소득 사이에 나타나는 상관관계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부모의 키와 자식의 키 사이에 나타나는 연관성과 비슷하다. 부모가 가난하면 자식도 궁핍하게 살 확률이 상당히 높은 셈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부의 대물림이 낳는 불평등 문제를 지적한 신간이라고 넘겨짚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시선은 다른 데로 향한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저자는 인생의 첫 제비뽑기라고 할 수 있는 출생의 문제처럼 행운이 얼마나 대단한 힘을 발휘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의 성패를 결정짓는 건 실력과 노력이라고. 하지만 이건 진실이 아니다. 재능과 노력이 성공에 98%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행운은 2%의 비중만 차지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정도면 열심히 노력해야 성공한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재능과 노력이 거의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경쟁자가 수두룩하다는 거다. 행운은 작지만 강한 힘을 지닌다.
책에는 할리우드 배우인 알 파치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처럼 명사들의 성공에 행운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적혀 있다. 저자는 “자신의 행운에 대해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불운에 대해서도 잘 느끼지 못한다”며 “그 결과는 정치세계의 천박함이나 살림살이가 팍팍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 부족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핵심은 이런 이야기가 길게 이어진 뒤 등장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행운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기회의 평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누진소비세를 활용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공공 부문 투자를 늘릴 것을 주문한다. “기회가 없다면 능력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했던 나폴레옹의 명언을 되새기게 만드는 작품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