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사비기(538∼660) 유적인 충남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 대한 재발굴이 일제강점기 때 첫 조사 이후 100년 만에 이뤄졌다. 광복된 지 73년이 지났지만 사비 도읍기의 고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고고학연구소가 부여군과 함께 능산리 고분군 가운데 서고분군 4기에 대한 발굴 조사를 최근 마치고 금제 장식 등을 수습했다고 4일 밝혔다. 능산리 고분군은 중앙고분군과 동고분군, 서고분군 3개 부문으로 나뉘며 일제강점기인 1915∼1938년 세 차례에 걸쳐 발굴 조사가 이뤄졌다.
이번에는 서고분군에 대해서만 1917년 이후 처음으로 조사를 한 것이다. 조사 결과 무덤의 유물은 도굴과 일제강점기의 조사 탓에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2호기에서는 용이 몸을 틀고 있는 형상의 금제 장식이 나왔다. 또 도금된 금송제(金松製) 목관 조각과 함께 호석을 친 흔적이 확인됐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고고학연구소 관계자는 “웅진기 무녕왕릉이 금송제 목관을 사용하고 호석을 둘러치는 등 왕릉급에서 이런 특정이 보인다”며 “중앙고분군에 비해 크기가 작은 것으로 미뤄 보아 왕이 아닌 왕실 가족의 무덤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고분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건물지가 확인됐다. 이는 무덤 조성과 관련된 임시 거처이거나 제사 시설일 가능성이 있어 당시의 상례 및 장례 연구에 좋은 자료로 평가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