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의 물결로 세계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형 인공지능(AI) ‘닥터앤서(Dr. Answer)’가 도전장을 냈다. 닥터 앤서는 다양한 의료데이터를 연계·분석해 개인 특성에 맞는 질병 예측·진단·치료 등을 지원하는 한국형 정밀의료 서비스다. 정부 주도로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국내 25개 의료기관과 19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참여하며 올해부터 3년간 국가 예산 357억원이 투입된다. 과연 ‘한국형’ 디지털의료는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닥터 앤서’ 사업의 실무책임자인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소장(심장내과 교수·사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닥터앤서로 결판을 내겠다기보다는 앞으로 한국 디지털헬스의 기반을 닦는 작업입니다. 일정수준까지의 환경을 만들어 그 안에서 우리 브레인들이 얼마든지 발을 뗄 수 있도록 시작 포인트를 만드는 거죠.”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형 AI 닥터앤서는 크게 ‘한국형’과 ‘AI’ 두 가지로 나뉜다. 그는 “한국인에 맞는 의료 데이터셋을 분석·연계(한국형)하고, 이를 학습하는 소프트웨어 기술(AI)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김 교수는 “질환명이 같더라도 미국인과 한국인에서 보이는 질병의 특성이 다르다. 때문에 외국의 AI를 우리 환자들에게 적용하려면 결국 한국 데이터 기반의 모델이 필요하다”며 “또한 이를 학습하는 AI 솔루션은 앞으로 우리만의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한국형 알고리즘을 만들어 발전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IBM의 의료용 AI 왓슨에 비해서는 후발주자인 ‘한국형+AI’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이 같은 의문에 김 교수는 “겨뤄볼만 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경쟁력은 양질의 데이터셋, 그리고 알고리듬을 만드는 데이터기술에서 결정된다. 우리는 데이터와 기술력을 동시에 가진 나라다. 특히 디지털화된 의료데이터의 양은 충분한 수준”이라며 “소프트웨어 국력도 가장 앞서있는 미국에 비해 불과 1∼2년 뒤쳐지는 정도고, 데이터의 양적 측면에서는 아이슬란드보다 우리가 앞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암 진단 AI인 왓슨이 이미 나왔지만 이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또 지금의 AI기술들은 아직 시장에 유통될 만큼 월등하지 않고, 종류가 많은 것도 아니다. 세계시장에서도 이제 막 달리기가 시작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과거 유헬스(U-health)의 실패사례를 지목하며 최근의 디지털의료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지금의 디지털헬스는 유헬스의 실패가 아닌 발전으로 봐야한다”고 말한다. 그는 “유헬스와 디지털 의료는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20년 전에도 같은 기술이 있었지만 환경이 따라주지 못했다. 원격진료보다 가까운 병원이 더 편했던 것”이라며 “지금과 유헬스 시대의 다른 점은 통신과 환경의 변화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다양한 기능들을 휴대폰 하나에 모두 모을 수 있고, 이 정보를 분석하고 또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나의 산업만 가지고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다양한 산업이 헬스산업과 융합해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헬스는 지금과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한국형 AI는 우리 국민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까. 김 교수는 “다양한 기술이 연결되면서 병원의 진료환경도 달라질 것이다. 한 병원에서 여러 의사의 소견을 알 수 있고, 병원도 환자의 진료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닥터쇼핑이 사라지고, 정보교류가 많아지면서 기본적인 병원시스템의 수준이 상향평준화 될 수 있다”며 “또 개인의료정보를 온전히 개인이 가지게 되면서 기존에 정보를 독점하던 병원의 권위는 약화되고 의사들은 독점적인 전문성보다는 인간적인 면모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