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는 신대륙에서 그토록 찾았던 후춧가루는 비록 못 찾았지만 인류를 위해 그보다 훨씬 중요한 식량을 발견했다. 옥수수와 감자, 고구마가 그것이다. 초기 신대륙 이민자들을 기아의 공포에서 구해준 것이 옥수수였다. 그들이 막막함에 두려워 떨 때 인디언들이 친절하게 옥수수를 나누어주며 키우는 법까지 가르쳐줘 이들의 정착을 도왔다. 옥수수의 학명은 ‘Maize’이다. 많은 나라에서는 옥수수를 ‘Maize’라 부르지만 미국에서는 옥수수를 ‘Corn’이라 부른다. 이유는 ‘아메리카 선주민의 작물’이라는 뜻인 ‘Indian corn’에서 유래됐다. 이후 옥수수는 쌀, 밀과 함께 세계 3대 식량작물이 되었다.
유럽으로 건너간 감자는 처음에는 천덕꾸러기였다가 훗날 기근에 허덕이는 유럽인들을 기아에서 구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자는 구황작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825년경 산삼을 찾기 위해 함경도에 숨어 들어온 청나라 사람들이 감자를 들여와 경작하면서부터 쌀농사가 힘들었던 북부지역의 주 경작물이 되었다. 함흥에서 감자녹말로 만든 ‘농막국수’ 곧 함흥냉면이 유명한 이유다. 이후 강원도가 감자 재배로 유명해졌는데, 이는 당시 강원도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35만명의 화전민 먹거리를 감자가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인구는 약 76억명. 12년 후에는 86억명, 32년 후에는 98억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은 식량 부족으로 전쟁 위험마저 경고하고 있다. 결국 식량 생산을 대폭 늘려야 하는데 농학자들은 인류를 구할 최후의 식량으로 고구마를 꼽는다. 이유는 고구마가 ‘단위면적(1000m)당 최고의 부양인구를 먹여살리는 작물’이란다. 옥수수는 연 1명, 밀은 1.6명, 쌀은 2.4명인데 비해 고구마는 3.9명을 부양할 수 있다. 더구나 고구마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며 항산화물질, 식이섬유, 칼륨 등이 풍부한 건강식품으로 꼽히고 있어 노화 방지와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세종대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