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슈퍼파워’ 미국과 중국이 6일 글로벌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긴다. 미국이 예고한 대로 340억 달러(38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도 즉각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 하에 같은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주요 2개국(G2) 간에 물러서지 않는 관세전쟁이 이어질 경우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도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6일 0시(한국시간 6일 오후 1시)부터 340억 달러 규모의 818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관세 부과 대상은 기계 선박 항공우주 통신 철도 등 첨단기술 분야에 집중돼 있다. 미국은 또 160억 달러 규모의 284개 중국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를 곧 취할 방침이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가 발효되면 곧바로 미국산 대두와 옥수수 소고기 돈육 등 340억 달러 규모의 545개 미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인 미국 남부 지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을 타깃으로 삼았다.

중국은 무역전쟁 개시를 하루 앞둔 5일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가오펑 상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관세 몽둥이를 휘두르며 협박하는 무역 패권주의에 머리를 숙이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절대로 먼저 총을 쏘지 않겠지만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위해 싸워야 한다면 싸우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은 미국보다 먼저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시차로 보면 중국이 12시간 빠르기 때문에 미국 워싱턴DC 현지시간인 6일 0시(중국시간 6일 낮 12시) 이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미·중 간 무역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EU산 자동차에 20% 관세를 거론하면서 전 세계로 확전될 조짐이다. 미국이 EU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면 BMW 다임러 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업계도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무역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에 경고한 상태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보호주의에 공동 대응할 것을 요청했다. 융커 위원장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지지를 위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길 원한다고 호응했다.

국내 기업들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 중심인 국내 기업의 특성상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 수출이 둔화돼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김준엽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