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업계는 내년 3월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쏟아 부으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주파수 경매를 마쳤고 현재는 장비업체를 물색 중이다. 앞으로는 시설과 망 구축 작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관련 서비스를 마련할 계획이다.
5G는 4G(LTE)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20배 이상 빠르면서 지연 시간은 10분의 1 수준이고 10배 더 많은 기기의 동시 접속이 가능하다. 업계는 5G가 보급되면 신세계가 열리는 것처럼 홍보한다. 5G의 성공적인 상용화가 경제·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5G 상용화가 꼭 필요한지 의문이다. 4G를 잘 쓰고 있고 충분히 속도가 빠르다고 느끼는데 벌써 다음 세대를 써야 하느냐는 것이다.
‘5G 상용화로 가상·증강현실(VR·AR) 콘텐츠가 강화된다’는 식의 막연한 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수치가 더 체감효과가 크다.
8일 KT경제경영연구소의 ‘5G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G가 창출하는 경제효과는 2030년 연간 47조7527억원에 달한다. 이는 현재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이다. 여기에는 5G 서비스를 통해 이통사들이 버는 수익뿐만 아니라 5G망이 구축되면서 발생하는 전후방 산업효과가 포함됐다. 5G 서비스가 광범위하게 확산된 2030년이 되면 제조, 자동차, 금융, 미디어 등 10개 산업영역에서만 연간 42조3000억원의 경제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됐다.
5G 상용화에 따른 경제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제조업이다. 2030년이면 5G망에 기반한 제조장비로 ‘클라우드형 생산라인’을 만들고, AR 기술을 활용한 통합생산시스템이 일반화되는 등 스마트팩토리가 보급될 것이란 분석이다.
제조분야에 5G 기술이 도입되면 직접적인 이익인 ‘전략적 편익’은 10조4100억원, 비용절감 등 ‘운영상 편익’은 5조1900억원이 발생한다. 연간 총 15조6000억원의 경제효과다.
자율주행자동차 등 5G와 융합이 기대되는 자동차 분야는 2030년 연간 7조2861억원의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은 디지털 혁신으로 총 5조5549억원의 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이밖에 미디어(3조6136억원), 헬스케어(2조8582억원) 분야도 5G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운송(2조8315억원)과 에너지(1조1028억원)도 조 단위의 경제효과를 보게 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5G가 산업뿐만 아니라 도시·가정·사무환경 등 우리가 생활하는 영역을 ‘기반환경’으로 규정하고, 여기서도 실질적·사회적·환경적 편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시티 구축을 통해 도시 방범·안전 관련 비용을 절감한다. 도시 운영의 효율을 높이고 쾌적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으며 스마트오피스를 통해 업무 효율을 높여 생산성도 증가시킨다. 이를 통해 기반환경 분야의 편익은 2030년 연간 5조4087억원이 될 것이란 계산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앞서 유럽연합(EU)이 발간한 ‘5G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보고서’에서 쓰인 방법론을 국내 시장에 적용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5G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수치로 계산한 것은 이 보고서가 처음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