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 부상을 입어 몸 고정용 석고 또는 플라스틱 깁스를 해본 사람은 안다. 해체하기까지 짧게는 보름에서 길게는 몇 달 동안 얼마나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
가장 괴로운 것은 가려울 때 긁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손끝으로 가려운 곳을 살짝 누르기만 해도 시원할 것 같은데, 두꺼운 석고나 플라스틱 캐스트 깁스 속에 갇힌 피부에 접근할 수가 없어서다.
깁스의 이런 고정관념을 깬 신개념 깁스가 등장했다. 그물 형태로 된 개방형 깁스 ‘오픈캐스트’(사진)다. 의료용 캐스트, 수질오염 감시장치 등 의료기기 개발 전문 벤처기업 오픈엠(대표 박종칠)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제품이다.
오픈엠 관계자는 9일 향후 세계시장 진출을 겨냥, 한국을 포함해 8개국에 12건의 신기술 특허 등록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골절 부상이나 인대 손상 시, 혹은 치료 과정에서 신체 일부를 고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반드시 수반되는 것이 깁스이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소아정형외과 이시욱 교수 연구팀이 3세 이상 17세 미만 소아 상지 골절 환자 78명을 대상으로 오픈캐스트와 기존 플라스틱 캐스트(일명 플라스틱 붕대)의 골절 유합, 상지 기능 등을 비교 평가하는 임상시험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오픈캐스트는 석고나 플리스틱 소재로 맞추는 기존의 폐쇄형 깁스에 못지않은 고정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필요에 따라 탈·부착까지 가능해 사용 시 불편함이나 부작용이 조금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샤워는 물론 심지어 수영 등 물놀이도 가능했다.
일반적으로 골절이나 심각한 염좌, 인대 손상 등의 치료를 위해 깁스를 한 환자들은 짧게는 2∼3주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 깁스로 부상 부위를 꽁꽁 싸맨 채 지내야 한다.
그러나 오픈캐스트 부착 환자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물 구조여서 육안으로 피부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고 바람이 잘 통해 땀이 차질 않아서다. 이 교수는 “기존 석고 또는 플라스틱 캐스트 깁스 착용 시 발생하는 냄새나 가려움, 갑갑함, 피부 말썽 등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