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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동굴 소년 4명 기적의 생환… 1명은 위중 ‘희비’

"생환자 태웠나?" 구조 현장에서 출발하는 구급차
[사진출처 방콕포스트 홈페이지]

 
태국 정부가 치앙라이주 탐 루앙 동굴에 16일째 갇혀 있던 유소년 축구팀의 소년 4명이 구조됐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구조된 소년 중 1명은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의 한 언론인은 구조대 의사의 말을 인용해 “가장 몸이 약한 소년들을 먼저 구출했다”고 전했다. 구조 작업 첫날에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됐다.

태국 구조 당국은 유소년 축구팀원들에 대한 구조작업을 이날 오전 10시 시작했다. 동굴에는 축구팀 선수인 소년 12명과 코치 1명 등 모두 13명이 갇혀 있었다.

태국 정부는 오후 5시40분쯤 몽꼰 분삐암(14)이 안전하게 구조됐다고 밝혔다. 구조작업이 시작된 지 7시간40분 만에 첫 생환이 이뤄진 것이다. 이어 10분 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소년이 두 번째로 구출됐다. 이후 2명의 소년이 더 구조됐고, 이 중 1명의 건강이 좋지 않아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고 태국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한때 6명 구조설이 나왔으나 태국 구조 당국은 4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구조된 소년들은 동굴 인근 의료진 캠프에서 건강 상태를 진단받았다. 이어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헬기 편으로 치앙라이 시내 쁘라차눅로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정부는 이날 날씨가 좋아 구조를 결정했다. 태국이 현지 우기라 언제든 다시 큰 비가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구출을 감행한 것이다. 구조를 주도하는 태국 해군 특수부대는 “야생 멧돼지(태국어로 ‘무 빠’)를 집으로 데려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생 멧돼지’는 생존자들이 소속된 축구 클럽의 이름이다.

구조 지휘를 맡은 나롱삭 오소탕나콘 전 치앙라이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오늘이 디데이이며 가장 잘 준비된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존자들은 탈출시키기로 결정했다”며 “그들은 강한 정신력과 결단력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년들의 구출 소식이 전해진 직후 페이스북에 “미국은 소년들을 동굴 밖으로 안전하게 구조하기 위해 태국 정부와 매우 긴밀하게 협조했다. 매우 용감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칭찬 받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구조는 외국인 잠수대원 13명과 태국 해군 특수부대 대원 5명 등 18명의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들과 짝을 지어 차례로 동굴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유소년팀 생존자 13명은 4개 그룹으로 나눠졌다. 가장 먼저 탈출하는 그룹은 4명, 이후 나올 3개 그룹엔 각 3명이 배정됐으며 코치는 마지막 그룹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파악된 동굴 내 침수구역이 4곳에 달해 소년들은 적어도 1.7㎞를 잠수 또는 수영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구간은 폭이 60㎝밖에 안 돼 잠수장비를 벗어야 통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소탕나콘 전 주지사는 “구조작업에 시간제한은 아직 없다”면서도 “날씨와 수위 등이 달라지면 구조작업을 멈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폭우가 시작되면 수위가 올라가 소년들이 있는 공간 면적이 10㎡ 이하가 될 것”이라며 “좁은 공간에서 산소 농도까지 떨어지면 의식을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작업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전 태국 해군 특수부대 대원이 동굴 내부 작업 도중 산소 부족으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했다.

유소년 축구팀 소년들은 지난달 23일 오후 훈련을 마치고 관광 목적으로 동굴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동굴 내 수위가 높아지면서 고립됐다. 이들은 동굴 내부를 수색하던 영국 동굴탐사 전문가 2명에 의해 지난 2일 밤 발견됐다. 태국 해군 특수부대 대원과 의사 등이 동굴 내부로 들어가 음식 등을 제공하고 다친 아이들을 치료했다.

태국 정부는 또 동굴 안에 가득 찼던 물을 빼내 수위를 낮추고 소년들이 침수구역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수영과 잠수장비 사용법을 가르쳤다.

이번 구조작업에 전 세계 이목이 쏠리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에어튜브와 미니 잠수함을 사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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