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전설 넘은 31언더파… ‘빨간바지의 전설’ 쓰다

김세영이 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서 투어 역대 최다 언더파, 최저 타수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LPGA 홈페이지 캡처
 
이날 김세영이 샷을 날리는 모습. AP뉴시스


‘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이 전설을 넘어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여자 골프 전설’ 아니카 소렌스탐과 자신이 갖고 있던 최다 언더파 기록(27언더파), 박희영 등의 최저타 기록(258타)을 한 번에 갈아치웠다.

김세영은 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 크리크(파72·6624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총상금 200만 달러) 대회 마지막 4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쳤다. 1∼4라운드 최종합계 31언더파 257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카를로타 시간다(22언더파)에 무려 9타 앞서며 우승했다.

김세영에게 이번 대회는 기록 잔치나 마찬가지였다. 먼저 72홀 31언더파는 소렌스탐(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과 자신(2016년 파운더스컵)이 갖고 있던 27언더파를 4타 줄인 신기록이다. LPGA 투어에서 30언더파를 넘겨 우승한 것도 김세영이 처음이다.

이는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까지 합쳐도 나오기 힘든 대기록이다. 어니 엘스가 2003년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김세영과 같은 72홀 31언더파를 기록하며 우승한 적이 있다. 팻 페레스가 2009년 밥호프 클래식에서 33언더파로 우승하긴 했지만 해당 대회는 5라운드로 진행됐다. 스티브 스트리커가 같은 대회 4라운드까지 33언더파를 기록했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부진하며 우승하지는 못했다.

첫날 63타로 스타트를 끊은 뒤 65타, 64타, 65타 합계 257타로 대회를 마무리한 것 역시 신기록이다. 종전 최저타 기록은 258타였다. 2004년 카렌 스터플스가 웰치스프라이스챔피언십에서 22언더파 258타로 우승했고, 박희영과 안젤라 스탠퍼드가 2013년 매뉴라이프 파이낸셜클래식에서 26언더파 258타를 기록한 적이 있다. 하지만 두 대회 코스는 각각 파70과 파71이었다.

전 라운드까지 8타차 선두를 달린 김세영은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날 9개홀에서 4타를 줄인 뒤 후반에 버디 3개를 추가했다. 4라운드 동안 버디 31개, 이글 1개를 기록한 반면 더블보기 1개, 보기는 한 개도 없었다. 특히 93%의 높은 그린적중률을 보여 72홀에서 그린을 놓친 것은 다섯 번밖에 없었다. 163㎝로 크지 않은 키임에도 태권도 공인 3단 자격증을 갖출 정도로 기본 체력이 좋아 이번 대회 평균 275야드의 드라이브 비거리를 기록했다.

김세영은 대회 후 “이번에 소렌스탐의 기록을 넘어서 꿈이 이뤄진 것 같아 행복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주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부진한 후 유튜브 영상을 분석했다”며 “나만의 샷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됐고, 나 자신을 믿었다”고 덧붙였다. 소렌스탐은 자신의 트위터에 관련 소식을 전하며 “축하한다”고 밝혔다.

김세영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LPGA 통산 7승째를 거뒀고, 상금 역시 519만1525달러로 500만 달러를 넘겼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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