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실천하는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거리 곳곳에 걸렸던 현수막도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선거에 도전한 9000여명의 후보자는 저마다 얼굴과 정책을 알리기 위해 현수막을 사용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게시된 후보자의 현수막은 13만8192장. 이 많던 현수막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지난 3일 서울 노원구 가재울 공영주차장에 위치한 장애인일자리센터 작업장에서 장애인 근로자들이 현수막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노원구에 걸렸던 선거 현수막은 모두 이곳에 모였다. 근로자들은 현수막의 양쪽 나무 막대기를 자른 뒤 여러 장을 겹쳐 원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일정한 길이로 재단했다. 이렇게 재단된 현수막은 세탁과 재봉처리 과정을 거쳐 손잡이를 달면 간단한 천 가방이 완성된다. 쓸모없던 현수막이 재활용 장바구니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현수막은 야외에 설치하는 특성상 질긴 데다 방수처리가 돼 있어 장바구니 용도로 적합하다. 환경부는 대부분 소각처리되는 현수막을 재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현수막은 합성수지로 제작돼 소각하는데 큰 비용이 든다. 게다가 주원료인 합성수지가 불에 타면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나온다. 이재환 노원구립장애인일자리센터장은 “현수막을 태우면 오염문제, 매립을 해도 잘 썩지 않아 문제”라며 “수요만 있다면 재활용하는 편이 좋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활용 장바구니는 엘마트, 애플마트, K마트 등 중소형 슈퍼마켓 40곳에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무상으로 제공된다. 환경부는 시민들의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경제 기업과 협력해 연내 20만개의 재활용 장바구니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장바구니 1500개를 받은 노원구 엘마트 공릉점의 경우 일회용 비닐봉지의 사용이 절반이나 줄었다. 송훈기 엘마트 점장은 “도입 전 마트 비닐봉지 판매량이 260장인 데 비해 장바구니를 나눠준 후 146장으로 줄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면 일회용 봉투 사용이 90%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보자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현수막은 어느새 장바구니가 되어 시민들의 삶에 들어왔다. 재활용은 일자리 창출과 환경보호를 위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환경부도 시민 반응이 좋으면 선거 현수막 외에 전국에서 수거되는 불법 현수막으로도 장바구니를 만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글·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