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은 북·미 협상이 꼬일 때마다 중국을 배후로 지목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나자 다시 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부정적인 영향을 행사하는지 모른다”며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거듭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중국이 북한 문제를 ‘사보타주’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계속 미국의 발목을 잡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으름장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여전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이 우리가 서명한 합의와 우리의 악수를 존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이기도 하다.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을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은 북·미가 직접 대화하기 전후로 크게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하기 전에는 주로 중국을 통해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고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북·미가 직접 대화를 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중국이 북·미 관계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1차 방중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중국에 화를 냈고, 김 위원장의 2차 방중 이후에는 김 위원장의 태도 변화를 중국이 사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중국을 긴장시켰다.
사실 북한과 중국은 김정은의 집권 이후 6년간 최고지도자 간 왕래가 없었으나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3개월 동안 세 차례나 정상외교를 갖는 등 부쩍 친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이 과정에서 북한에 비핵화를 촉구하기보다 북·미 관계의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중국을 ‘북·미 협상의 방해꾼’으로 인식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떠난 뒤 미국을 비난하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가 나오자 폭스뉴스에 출연해 “나는 이 모든 문제에 드리워져 있는 중국의 손을 본다”면서 “우리는 지금 중국과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중국이 북한을 뒷걸음질치게 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무역문제에서 중국보다 더 많은 실탄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