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망고빙수, 여행, 중국, 펑리수, 누가크래커…. 대만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단어들이 있다. 야구팬이라면 왕웨이중(NC 다이노스)을, 아이돌에 관심이 많다면 쯔위(트와이스)도 함께 떠올릴 것 같다.
‘타이난’은 예의 단어들과 나란히 하기엔 다소 생소하다. 대만 남부의 한 도시로 쯔위의 고향이라고도 하는데, 한국인들에게 그리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KATA) 회장은 “대만관광이 총 10이라 했을 때 6.5가 타이베이고 그 외 지역은 3.5”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고려하면, 3.5를 나눠 갖는 타이난은 설명이 더 필요한 곳이다.
대만의 고도
타이난을 한국인에게 가장 쉽게 설명하는 표현은 ‘대만의 경주’다. 경주를 신라의 천년 고도(古都)로 일컫듯 타이난도 대만에서 고도로 불린다. 네덜란드 통치를 받던 1624년 행정수도로 지정됐고 1887년 수도를 타이베이로 옮기기 전까지 200여년간 대만의 수도였다. 몇몇은 “여기가 대만의 수도”라고 말할 만큼 시민들의 자존심 혹은 자긍심도 큰 곳이다.
‘한때는 내가…’ ‘내가 왕년에…’ 같은 말은 대개 서글프다. 과거의 화려함이 현재의 비루함을 부각시킬 때가 많아서다. 하지만 여행의 세계에서 ‘한때’와 ‘왕년’은 매력적이지 않을까. 타지라는 새로움에 과거라는 새로움이 더해진 덕인지도 모른다.
‘한때 수도’ 타이난은 화려하기보단 조용하고 아늑하다. 쓰차오 녹색터널도 그런 곳이다.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수로 양옆에 맹그로브라는 희귀 나무들이 하늘 위가 아닌 강 안쪽 옆으로 자라 머리를 맞대며 ‘녹색터널’을 만든다. 그 터널 아래로 배를 타고 지나갈 수 있어 ‘대만의 아마존’으로도 불린다. 뱃길 옆으로는 300여년 된 사원 따중먀오가 보인다.
300여개의 사원은 타이난의 고즈넉함을 배가시킨다. 타이난의 ‘공자묘’는 대만 최초의 공자사원으로 1655년에 지어졌다. 대만 최초의 학교이기도 하다. 이곳에선 매년 9월 28일 공자탄신일에 성대한 의식이 치러진다.
전통을 품은 타이난에서 고대 그리스로마풍의 치메이 박물관은 조금 이질적으로 보인다. 타이난 속의 서양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엔 박물관 창립자의 바람이 투영됐다. 창립자는 대만 대기업 치메이그룹의 창업주 쉬원룽(許文龍)이다. 서양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그는 평생 해외에 나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도시가 아닌 외곽지역에 박물관을 만들어 타이난시에 기증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예술을 누려야 한다”며 “내 박물관의 유일한 목적은 대중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메이 박물관은 크게 4가지 볼거리가 있다. 쉬원룽이 오랜 세월 수집한 바이올린, 서양미술품, 병참무기류, 동물표본이다. 쉬원룽은 바이올린을 좋아해 1000여개의 바이올린을 모아왔다. 바이올린 대여도 하는데,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빌려준다. 코끼리, 기린, 낙타 등 실제 크기의 세계 5대주 동물표본이 있는 동물관에선 세계를 보여주고픈 창립자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치메이 박물관과 그 일대는 면적이 40만㎡(40헥타르)에 이른다고 한다. 박물관 밖 광활한 풍경에는 서양식 다리와 그 아래를 흐르는 강, 산책로, 각종 조각상이 곳곳에 놓여있다. 그 뒤로 넓고 푸른 하늘과 높고 흰 구름이 있었다.
“지방관광 활성화로 한국-대만 300만 교류”
최근 타이난에서는 KATA와 대만관광협회(TVA), 대만 교통부 관광국이 ‘제33회 한국-대만 관광교류회의’를 열고 양국 간 상호 여행교류 300만명 시대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KAT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대만의 관광인적교류는 198만명으로 2014년 100만명 달성 이후 3년 만에 200만명 목표에 근접했다.
회의에선 교류확대를 위한 항공편 확대, 서울·타이베이 여행 편중현상을 막기 위한 지방관광 활성화 및 교통인프라 개선, 청소년 여행 및 관광과 문화 교류 추진 방안 등이 논의됐다.
양무승 KATA 회장은 “여행 교류 300만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양국관광 노하우의 공유, 관광 브랜드 차이 이해, 재방문객의 지방관광 확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특히 지역 간 교류확대를 위해 KATA·TVA 회의를 매년 양국 지방도시에서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쥐란 TVA 회장은 “재방문 여행객을 유치해 지방도시와 테마를 상호교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특히 대만 남부 쪽에는 문화와 유서 깊은 곳이 많아 대도시엔 없는 모습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7일부터 한국과 대만 간 자동출입국심사서비스가 가능해져 상호교류가 쉬워졌다. 자동출입국심사서비스란 자동출입국 심사대를 이용해 출입국심사를 마칠 수 있게 한 서비스로, 공항에서 출입국심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타이난=글·사진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